14명 숨진 대전 화재…대표이사 등 13명 송치

2026-09-17 19:20


74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대전 안전공업 화재 참사를 수사해온 경찰이 인명피해 발생에 책임이 있다고 판단한 대표이사 등 13명을 검찰에 넘기기로 했다. 화재 당시 공장 내부의 안전관리와 소방시설 관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고, 불법 증축으로 방화구획까지 훼손된 사실 등이 수사 과정에서 확인됐다. 

 

17일 연합뉴스에 따르면 대전경찰청은 손주환 안전공업 대표 등 14명을 업무상과실치사상, 소방시설법 위반, 증거 위·변조 등의 혐의로 입건했다. 경찰은 이 가운데 13명을 검찰에 송치하기로 결정했다.

 

이번 수사는 지난 3월 20일 대전 대덕구 문평동에 있는 자동차 부품 공장 안전공업에서 발생한 화재를 대상으로 진행됐다. 당시 불로 14명이 숨지고 60명이 크고 작은 상처를 입었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 감정에서는 공장 설비가 작동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고온이나 금속 사이의 마찰, 불꽃 등이 불을 일으켰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정확한 공정과 발화 원인을 하나로 특정하기는 어렵다는 결론이 나왔다.

 

경찰은 최초 목격자의 진술과 화재 당시 불이 번진 모습, 연소 형태 등을 종합해 1층 가공라인 천장에 설치된 집진 설비 주변에서 처음 불이 시작된 것으로 판단했다.

 

경찰이 인명피해를 키운 주요 원인으로 지목한 것은 공장 내부에 장기간 쌓여 있던 슬러지와 배기 설비에 대한 관리 부실이었다. 공장 덕트와 후드 등에는 가연성 물질인 슬러지가 오랜 기간 축적돼 있었던 것으로 조사됐다.

 

국소 배기 장치에 대한 점검과 관리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상태에서 원인을 알 수 없는 이유로 불이 시작됐고, 이후 불길이 빠르게 확산했다는 것이 경찰의 설명이다.

 

불법 증축된 휴게 공간도 피해를 키운 요인으로 조사됐다. 공장 내부에는 ‘중이층’으로 불리는 공간이 허가 없이 증축돼 있었으며, 이 과정에서 방화구획이 훼손됐다. 방화문 역시 평소 열려 있었던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은 이 때문에 불이 난 뒤 불과 2분 만에 화염과 불꽃이 휴게실로 들어간 것으로 파악했다. 불법으로 증축된 공간에서는 모두 9명이 숨진 채 발견됐다. 해당 공간을 허가받지 않고 증축한 건설업체 관계자에게는 건설산업기본법 위반 혐의가 적용됐다.

 

화재 당시 소방시설이 작동한 뒤 공장 관계자가 임의로 경보를 차단한 사실도 확인됐다. 안전공업은 2017년부터 2018년 사이 화재경보가 울리면 현장을 확인하기 전에 먼저 경보를 끄도록 하는 내용의 매뉴얼을 만들고 직원들에게 교육해온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은 이 같은 관행 때문에 참사 당일에도 화재경보가 빠르게 꺼졌고, 직원들이 화재 사실을 신속하게 인지하고 대피하는 데 어려움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수사 과정에서는 화재 이후 안전 관련 자료를 조작한 정황도 드러났다. 손 대표와 법인의 처벌을 피할 목적으로 일부 관계자들이 화재 현장에서 하드디스크를 무단으로 가져가 안전 관련 서류를 위·변조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들에게는 증거 위·변조 혐의가 적용됐다. 경찰 조사 결과 위험성 평가표를 비롯해 모두 15개의 서류가 화재가 발생하기 전에 적절한 안전관리가 이뤄졌던 것처럼 조작된 것으로 나타났다.

 


한편 경찰은 입건한 14명 가운데 1명은 검찰에 송치하지 않기로 했다. 불송치 대상자는 안전공업에 인력을 파견했던 하청업체 대표다.

 

경찰은 해당 하청업체 대표에게 업무상과실치사상 혐의를 적용해 수사했지만, 불법 파견 노동자에 대한 안전관리 의무는 안전공업 대표에게 있다고 판단했다. 이에 따라 업무상과실치사상 혐의로는 송치하지 않기로 했다.

 

다만 대전지방고용노동청은 이 하청업체 대표를 불법 파견 혐의로 별도로 입건해 검찰에 송치할 예정이다.

 

경찰은 이번 수사를 통해 화재 자체의 발화 원인뿐 아니라 공장 내부의 안전관리 상태와 방화시설 관리, 경보체계 운영, 불법 증축, 화재 이후 자료 조작 등이 대형 인명피해와 관련됐는지를 종합적으로 확인했다. 그 결과 대표이사를 포함한 13명을 검찰에 넘기기로 했다.

 

기사 최유찬 기자 yoochan2@lifeandtoda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