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종신고 삭제한 경장 구속, 동료들도 "이해 안 돼"

2026-08-26 21:22

 실종자를 찾겠다던 경찰이 오히려 신고 내용을 조작해 사건을 강제로 덮어버린 충격적인 사건이 제주에서 발생했다. 제주경찰청은 실종 신고를 허위로 종결하고 전산 자료를 삭제한 혐의로 구속된 부 모 경장을 상대로 구체적인 범행 동기를 파악하는 데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동료 경찰들조차 선뜻 이해하기 힘들 만큼 집요하게 사건을 종결 처리한 배경에 대해 의구심이 증폭되면서, 단순한 업무 기피를 넘어선 또 다른 이유가 있는지에 수사력이 집중되고 있다.

 

사건의 발단은 지난 5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야간 당직이었던 부 경장은 장미란 씨의 실종 신고를 접수한 지 불과 2시간 30분 만에 현장 수색을 중단시키고 사건을 종결했다. 당시 수색 장소는 부 경장의 근무지가 아닌 인근 파출소 관할이었기에 업무 부담이 늘어날 상황도 아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실종자와 직접 통화했다는 거짓 보고를 올리며 수색의 골든타임을 스스로 걷어찼다. 결국 장 씨는 실종 100여 일 만에 자신의 주거지 인근 야자수 숲에서 싸늘한 주검으로 발견됐다.

 


부 경장의 비상식적인 행태는 60대 실종자 A씨 사건에서도 똑같이 반복됐다. 그는 연락이 두절된 A씨를 찾는 가족들에게 "본인이 위치를 알리고 싶어 하지 않으며, 알려줄 경우 고소하겠다는 뜻을 밝혔다"는 황당한 거짓말까지 지어냈다. 경찰관의 말을 믿고 기다렸던 가족들은 지난 22일 A씨가 숨진 채 발견됐다는 비보를 접해야만 했다. 실종자를 보호해야 할 경찰이 오히려 가족과 실종자 사이를 차단하며 비극을 방치한 셈이다.

 

경찰 내부에서는 이번 사태를 공권력에 의한 '간접 살인'에 준하는 중대 범죄로 인식하고 있다. 부 경장이 어떤 의도로 실종자의 생존 여부를 확인하지 않은 채 전산망에서 정보를 삭제했는지가 이번 수사의 핵심이다. 특히 그가 담당했던 다른 실종 사건들에서도 유사한 조작이 있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어, 경찰은 현재 부 경장이 처리한 모든 사건에 대해 대대적인 전수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이번 사건의 여파로 제주서부경찰서의 지휘 라인은 사실상 마비된 상태다. 경찰청은 사건 당시부터 현재까지의 서장과 형사과장, 실종팀장 등 지휘부 4명을 즉각 대기 발령하고 대대적인 감찰에 착수했다. 부하 직원이 실종 신고를 허위로 종결하는 동안 관리 감독 시스템이 전혀 작동하지 않았다는 점은 경찰 조직 전체의 치명적인 결함으로 지적된다. 유족들은 경찰의 조직적인 방임이 사랑하는 가족을 죽음으로 몰아넣었다며 울분을 토하고 있다.

 

발견된 장 씨의 시신에 대한 1차 부검 결과, 타살 혐의점은 낮은 것으로 파악됐으나 경찰은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 장 씨가 신고 당일 밤늦게 숙소를 나선 뒤 곧바로 변을 당했을 가능성이 큰 상황에서, 만약 초기 수색이 정상적으로 이뤄졌다면 비극을 막을 수 있었을 것이라는 아쉬움이 커지고 있다. 공권력의 무책임함이 빚어낸 이번 참사는 제주 지역 사회를 넘어 대한민국 경찰 행정 전반에 깊은 불신의 상처를 남겼다.

 

기사 최유찬 기자 yoochan2@lifeandtoda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