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제재 예고에 중·인 밀착, 반미 전선 급물살

2026-08-26 21:35

 미국이 이란과 거래하는 국가들을 겨냥해 강력한 2차 제재를 예고하자, 오랜 기간 국경 문제로 대립해 온 중국과 인도가 예상 밖의 밀착 행보를 보이고 있다. 양국은 최근 베이징에서 국경 문제 특별대표 회담을 열고 해묵은 갈등을 뒤로한 채 전략적 소통을 강화하기로 합의했다. 이는 미국의 경제적 압박에 맞서 아시아의 두 거인이 손을 잡는 모양새로, 국제 사회의 세력 균형에 적지 않은 파장을 일으킬 것으로 보인다.

 

이번 회담에는 중국의 왕이 외교부장과 인도의 아지트 도발 국가안보보좌관이 참석해 양국 관계의 정상화 방안을 심도 있게 논의했다. 왕 부장은 중국과 인도가 개발도상국을 대표하는 중요한 이웃임을 강조하며, 양국의 안정적인 발전이 남반구 국가들의 보편적 기대에 부합한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특히 국경 지역의 평화 유지를 넘어 다자간 협력을 심화하자는 제안은 미국의 일방주의적 제재에 공동 대응하겠다는 의중이 담긴 것으로 풀이된다.

 


인도 측 역시 중국을 경쟁자가 아닌 협력 파트너로 규정하며 화답했다. 도발 보좌관은 미래지향적인 관계 발전이 양국 국민의 이익에 부합한다며, 전략적 소통 창구를 더욱 넓히겠다는 의지를 피력했다. 2020년 유혈 충돌 이후 급격히 얼어붙었던 양국 관계가 미국의 제재라는 외부 압력을 계기로 급격히 해빙 무드에 진입한 셈이다. 양측은 내년 인도에서 차기 회담을 개최하기로 약속하며 관계 개선의 연속성을 확보했다.

 

외교가에서는 다음 달 뉴델리에서 열리는 브릭스 정상회의에 시진핑 주석이 직접 참석할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만약 시 주석의 방인이 성사된다면 이는 2019년 이후 약 7년 만의 공식 방문이 된다. 지난해 모디 총리의 방중에 이어 시 주석의 답방이 이뤄질 경우, 양국은 국경 분쟁의 완전한 해결을 넘어 에너지와 금융 등 다양한 분야에서 미국의 제재망을 우회하는 협력 체계를 구축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러한 움직임은 최근 미국 재무부가 발표한 대이란 '경제적 왕따 작전'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미국은 이란과 거래하는 제3국에 대해서도 디지털 자산과 기술, 해운 등 광범위한 분야에서 2차 제재를 부과하겠다고 엄포를 놓은 상태다. 이는 사실상 이란산 원유의 주요 수입국인 중국과 인도를 정조준한 조치로 해석된다. 중국은 미국의 이러한 조치를 연일 비판하며 인도를 포함한 신흥 경제국들과의 연대를 통해 돌파구를 마련하려는 전략을 취하고 있다.

 

결국 미국의 강력한 제재 카드가 오히려 아시아의 두 라이벌을 하나로 묶어주는 촉매제가 된 양상이다. 전문가들은 브릭스 체제를 중심으로 한 신흥국들의 결집이 미국의 달러 패권과 제재 위력을 약화시킬 수 있다고 분석한다. 히말라야 국경의 긴장감보다 미국의 경제 보복이 더 큰 위협으로 다가온 상황에서, 중국과 인도의 '전략적 동행'이 국제 질서에 어떤 새로운 변수를 가져올지 귀추가 주목된다.

 

기사 전윤우 기자 jeonyoonwoo@lifeandtoda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