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 뒤샹을 만난다, 한남동 아카이브전
2026-08-25 19:06
현대 미술의 근간을 뒤흔든 개념미술의 선구자 마르셀 뒤샹의 예술 세계를 학술적으로 조망하는 특별한 자리가 마련된다. 서울 한남동에 위치한 마이어리거울프 서울은 오는 27일부터 '마르셀 뒤샹: 파리지앵 컬렉션'을 개최하며 관람객들을 맞이한다. 이번 전시는 파리의 한 열정적인 컬렉터가 약 30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집요하게 수집해온 뒤샹의 작품과 관련 기록물 250여 점을 한자리에 모았다는 점에서 그 의미가 남다르다.뒤샹은 20세기 초 자전거 바퀴나 눈삽 같은 평범한 기성품을 예술의 영역으로 끌어들인 '레디메이드' 작업을 통해 기존 미술계의 고정관념을 파괴했다. 특히 1917년 'R. 머트'라는 가명으로 소변기를 전시장에 내놓았던 '샘'은 작가의 손길이 닿아야만 예술이라는 전통적인 저자성에 정면으로 도전한 사건이었다. 이번 전시는 이러한 뒤샹의 파격적인 행보가 어떻게 기록되고 유통되었는지를 추적하며 예술의 원본성에 대한 근원적인 질문을 다시 던진다.

작가의 초기 활동을 상징하는 대표작 '계단을 내려오는 누드 No. 2'와 관련된 희귀 자료도 공개된다. 1913년 뉴욕 아모리 쇼에서 극단적인 찬사와 조롱을 동시에 받으며 뒤샹을 세계적인 스타로 만든 이 작품은 인물의 움직임을 파편화된 면으로 표현한 걸작이다. 전시장에서는 당시 제작된 출품 기념 카드를 통해, 고정된 캔버스 속 이미지가 인쇄물이라는 매체를 타고 전시장 밖 대중의 영역으로 확산해 나가는 역동적인 과정을 확인할 수 있다.

이번 전시를 위해 한국을 찾은 조슬린 울프 공동 설립자는 화려한 볼거리보다는 예술적이고 학술적인 깊이를 전달하는 데 주력했다고 밝혔다. 관람객들이 뒤샹의 복잡한 예술 철학을 학습하듯 탐구하며 그 안에서 지적인 즐거움을 발견하기를 바란다는 취지다. 11월 5일까지 이어지는 이번 전시는 뒤샹이 남긴 수많은 복제물 속에 숨겨진 단 하나의 진실, 즉 '예술은 정의하는 것이 아니라 질문하는 것'이라는 메시지를 다시금 일깨운다.
기사 오진우 기자 ohwoo65@lifeandtoda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