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들 신규 고객 잡기 경쟁, 고금리 적금 쏟아진다

2026-08-24 21:17

 은행권의 적금 금리 경쟁이 다시 뜨거워지고 있다. 최고 연 12% 금리를 내건 상품까지 등장하면서 한동안 자취를 감췄던 ‘고금리 적금’이 다시 금융 소비자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

 

특히 최근 출시되는 상품들은 단순히 높은 금리를 제공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신용카드 사용부터 급여이체, 계좌 잔액 유지, 자동이체 등 은행과의 거래를 늘려야 최고금리를 받을 수 있도록 설계된 것이 특징이다.

 

가장 눈에 띄는 상품은 KB국민은행의 ‘KB카드쓰담적금’이다. 지난 21일 출시된 이 상품은 최고 연 12% 금리를 내걸었다. 6개월 만기로 월 1만원부터 30만원까지 자유롭게 납입할 수 있으며, 10만좌 한도로 선착순 판매된다.

 

다만 처음부터 연 12%가 적용되는 것은 아니다. 기본금리는 연 2%다. 최근 6개월간 KB국민카드 이용 실적이 없는 고객이 카드를 새로 발급받고 일정 조건을 충족하면 6%포인트의 우대금리를 받을 수 있다. 여기에 급여 첫 거래와 계좌 평균잔액 조건을 충족하면 추가 우대금리가 붙는다.

 

신한은행도 고금리 경쟁에 가세했다. 지난 14일 출시한 ‘신한 적금 9단’은 최고 연 9% 금리를 제공한다. 다음 달 말까지 20만좌 한도로 판매되며, 최근 6개월간 신한은행 예·적금이나 청약 상품을 보유하지 않은 신규 고객이 주요 대상이다.

 

월 납입액은 최대 30만원이며 1년 만기로 가입할 수 있다. 신규 고객 가운데 조건을 충족하면 최고 연 9%를 받을 수 있고, 그 밖의 신규 고객에게도 연 8% 금리가 적용된다. 기존 고객 역시 신한카드 이용 조건 등을 충족하면 연 5% 금리를 받을 수 있다.

 


하나은행에서는 ‘오늘부터, 하나 적금’을 내놨다. 최고금리는 연 7.7%다. 최근 6개월 동안 하나은행 상품을 보유하지 않은 고객에게 연 6.7%를 제공하고 자동이체와 마케팅 동의 조건을 충족하면 각각 0.5%포인트가 추가된다. 가입 기간은 6개월이며 월 최대 20만원까지 납입할 수 있다.

 

우리은행의 ‘우리 빙고 적금’은 금융거래를 많이 할수록 금리가 올라가는 방식이다. 기본금리는 연 2.75%지만 급여·연금·생활비 입금, 공과금 자동이체, 우리카드 결제, 환전·해외송금, 주택청약 등 9가지 금융거래 미션을 통해 빙고를 채우면 최고 연 10.25%까지 받을 수 있다.

 

월 납입 한도는 50만원이며 1년 만기 상품이다. 높은 금리를 받기 위해 여러 금융거래를 한 은행으로 모아야 한다는 점에서 신규 고객 확보를 넘어 주거래 고객을 붙잡으려는 은행들의 전략이 엿보인다.

 

자녀를 둔 금융 소비자를 겨냥한 상품도 있다. 카카오뱅크의 ‘우리아이적금’은 만 17세 미만 자녀를 대상으로 부모가 가입하는 상품이다. 월 최대 20만원까지 납입할 수 있으며 1년 만기 동안 6개월 이상 자동이체로 납입하면 연 7% 금리를 받을 수 있다. 만기 시점에 자녀가 만 18세 미만이면 자동 연장도 가능하다.

 

문제는 ‘연 12%’, ‘연 10%’ 같은 숫자만 보고 가입했다가는 기대했던 만큼의 이자를 받기 어려울 수 있다는 점이다.

 

고금리 적금 대부분은 기본금리와 우대금리의 차이가 크다. KB국민은행의 경우 기본금리가 연 2%인 반면 최고금리는 연 12%로, 10%포인트가 우대금리다. 결국 카드 사용과 급여이체, 계좌 잔액 등 여러 조건을 충족해야 최고금리에 가까워질 수 있다.

 


은행들이 이처럼 경쟁적으로 고금리 적금을 내놓는 배경에는 시중 자금을 끌어모으려는 움직임이 있다. 실제 5대 은행의 정기예금 잔액은 이달 20일 기준 약 998조7000억원까지 늘어나 1000조원 돌파를 눈앞에 두고 있다. 반면 투자자예탁금은 최근 고점과 비교해 크게 감소하면서 금융시장 안에서 자금 이동이 나타나고 있다.

 

은행 입장에서는 안정적인 예금 기반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해졌고, 소비자 입장에서는 원금 손실 부담이 상대적으로 적은 예·적금 상품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상황이다. 이 같은 수신 경쟁이 맞물리면서 한정 판매나 신규 고객 전용 상품이 잇따라 등장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적금은 금리가 높다고 해서 무조건 유리한 상품은 아니다. 월 납입 한도가 얼마인지, 만기가 얼마나 되는지, 기본금리와 우대금리가 각각 얼마인지부터 확인해야 한다. 카드 발급이나 일정 금액 이상의 카드 사용이 필요한 경우에는 적금 금리를 받기 위해 불필요한 소비를 늘리는 일이 없는지도 따져봐야 한다.

 

‘최고 연 12%’라는 문구보다 중요한 것은 내가 실제로 받을 수 있는 금리다. 신규 고객 조건을 충족하는지, 카드나 급여이체를 이미 이용하고 있는지, 우대금리 조건을 끝까지 유지할 수 있는지를 따져본 뒤 가입하는 것이 현명하다.

 

은행권의 고금리 적금 경쟁이 다시 불붙으면서 소비자 입장에서는 선택지가 넓어졌다. 하지만 높은 숫자에만 현혹되기보다 가입 조건과 실제 수익을 비교하는 것이 어느 때보다 중요해지고 있다.

 

기사 최유찬 기자 yoochan2@lifeandtoda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