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두 국가' 지칭, 중국의 속내를 읽어라

2026-08-21 20:51

 왕이 중국 외교부장이 방한 기간 중 남북을 가리켜 '두 국가'라고 지칭한 것을 두고 외교가에서 다양한 해석이 쏟아지고 있다. 지난 19일 조현 외교부 장관과의 회담 당시 왕 부장은 한반도 정세에 대해 언급하며 남북을 '한국과 조선(북한) 두 국가'라고 표현했다. 이어 다음 날 위성락 국가안보실장과의 면담에서도 동일한 용어를 사용하며 양국의 평화공존을 희망한다는 메시지를 전했다. 그간 중국이 한반도 문제를 다룰 때 '남북 양측'이나 '각 당사자'라는 완곡한 표현을 주로 써왔다는 점에서 이번 발언은 이례적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일각에서는 이번 표현이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주장해온 '적대적 두 국가론'을 중국이 외교적 수사로 수용한 것이 아니냐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 외교관 출신인 김건 의원은 자신의 SNS를 통해 그간 한중 고위급 회담에서 사용되던 관례적인 표현과 이번 발언의 차이점을 지적하며 경계심을 드러냈다. 특히 북한이 남북관계를 국가 대 국가의 관계로 규정한 이후에도 중국은 한동안 기존의 표현을 유지해왔다는 점을 근거로, 이번 왕 부장의 발언 맥락을 가볍게 넘겨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이러한 시각이 과도한 우려라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실제로 중국 외교부의 과거 기록을 살펴보면 '두 국가' 혹은 '양국'이라는 표현이 이번에 처음 등장한 것은 아니다. 2015년 외교부 대변인의 정례 브리핑이나 2010년 원자바오 전 총리의 인터뷰 등에서도 남북을 국가 단위로 지칭한 사례가 확인된다. 중국 정부는 기본적으로 1991년 남북한의 유엔 동시 가입 이후 양측을 독립된 주권국가로 인정해왔으며, 이는 대만 문제와 한반도 문제를 차별화하려는 중국의 전략적 입장과도 궤를 같이한다.

 

베이징 현지 외교가에서도 왕 부장의 발언을 북한의 기조 변화와 직접 연결 짓는 것은 시기상조라는 분석이 우세하다. 한 외교 소식통은 중국이 이미 오래전부터 남북을 각각의 국가로 인식해왔으며, 이번 발언에 '적대적'이라는 수식어가 붙지 않았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중국 입장에서는 한반도의 장기적인 안정을 위해 양측이 주권국가로서 평화롭게 공존하는 상태를 지향한다는 원론적인 입장을 되풀이한 것일 수 있다는 해석이다.

 


우리 외교부 역시 공식적인 확대 해석을 경계하는 분위기다. 외교부 당국자는 중국이 상황에 따라 용어를 유연하게 선택하는 경향이 있으며, 이번 발언이 북한의 특정 이론을 지지하는 의미로 해석되지는 않는다고 선을 그었다. 우리가 스스로를 '우리 측' 혹은 '우리 국가'라고 부르듯, 중국 측에서도 자연스럽게 사용될 수 있는 표현 중 하나라는 설명이다. 이는 왕 부장의 발언이 가져올 수 있는 불필요한 외교적 마찰을 사전에 차단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결국 이번 논란은 북한의 강경한 대남 기조 변화와 맞물려 중국의 작은 언어적 선택조차 민감하게 받아들여지는 한반도의 긴장 상황을 반영한다. 왕 부장의 발언이 단순한 용어 선택의 변화인지, 아니면 동북아 정세 변화를 반영한 의도적인 신호인지는 향후 중국의 후속 조치와 공식 문건의 표현 변화를 통해 명확해질 전망이다. 양국 외교 당국이 이번 발언의 파장을 예의주시하는 가운데 한반도 문제를 둘러싼 중국의 속내를 파악하려는 움직임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기사 전윤우 기자 jeonyoonwoo@lifeandtoda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