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구좌 당근밭 침수, 보험 사각지대 논란
2026-08-19 22:59
제주 지역의 대표적인 당근 주산지인 구좌읍 일대가 극한의 기상 이변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오랜 가뭄 끝에 찾아온 나흘간의 기록적인 폭우는 애타게 비를 기다리던 농민들의 기대를 순식간에 절망으로 바꾸어 놓았다. 지난 15일부터 18일까지 쏟아진 268.5mm의 물폭탄은 물 빠짐이 좋기로 유명한 구좌의 당근밭마저 거대한 호수로 만들었으며, 저지대 농경지들은 속수무책으로 침수 피해를 입었다.농민들은 하늘의 변덕에 속이 타들어가고 있다. 가뭄 탓에 트럭으로 물을 실어 나르며 어렵게 씨를 뿌렸지만, 예보와 빗나간 날씨 탓에 파종 시기를 번번이 놓쳤기 때문이다. 침수된 밭은 물이 빠지고 땅이 마르기까지 상당한 시간이 소요되어 세 번째 파종을 준비해야 하는 처지다. 하지만 파종 시기가 지나치게 늦어질 경우 당근 대신 다른 작물을 선택해야 하는 상황이라 농가의 시름은 깊어만 가고 있다.

실제로 구좌읍의 당근 재해보험 가입 현황은 작년과 비교해 처참한 수준이다. 지난해 5,500여 곳에 달했던 가입 농지는 올해 480여 곳으로 급감했다. 보험에 가입했다면 경작 불능 시 종자값과 비료값이라도 보전받을 수 있지만, 대다수 농가는 아무런 보상 없이 수백만 원의 생산비를 고스란히 날릴 위기에 처했다. 농민들은 파종 단계부터 생산비가 투입되는 만큼 보험 가입 시기를 앞당겨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이에 대해 정부 당국은 제도의 악용을 막기 위해 출현율 기준 적용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파종도 하지 않은 채 가뭄 피해를 주장하는 부작용을 방지하기 위한 조치라는 설명이다. 다만 보험 가입 전 피해를 입은 농가에 대해서는 기존의 재해 복구 지원 제도를 활용할 수 있도록 안내하고 있다. 하지만 기후 재난의 규모가 커지는 상황에서 사후 지원만으로는 한계가 뚜렷해 당분간 정책 개선을 둘러싼 갈등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기사 최유찬 기자 yoochan2@lifeandtoda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