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염 속 에어컨 전쟁, "덥다" vs "춥다" 승자는?
2026-08-07 18:59
가마솥더위가 기승을 부리면서 공공장소 곳곳이 '에어컨 전쟁터'로 변하고 있다. 최근 식당이나 카페에서는 실내 온도를 낮춰달라는 손님과 춥다며 꺼달라는 손님 사이의 고성이 오가는 일이 빈번하다. 특히 지하철은 갈등의 최전선이다. 서울교통공사에 따르면 전체 민원의 80%가량이 냉방 관련 내용이며, 흥미롭게도 '덥다'는 민원과 '춥다'는 민원이 같은 열차 내에서 동시에 접수되는 경우도 허다하다. 이는 개인의 기초대사량이나 체격에 따라 체감온도가 다르기 때문인데, 전문가들은 추위를 많이 타는 승객이 약냉방칸을 이용하거나 겉옷을 준비하는 것이 현실적인 대안이라고 조언한다.여름철 필수품으로 자리 잡은 양산과 휴대용 손선풍기도 때로는 타인에게 위협적인 흉기가 된다. 최근 온라인상에서는 양산을 가로로 눕혀 들거나 계단에서 앞뒤로 흔들며 걷는 이들에 대한 성토가 쏟아지고 있다. 실제로 일본의 한 연구에 따르면 흔들리는 우산 끝에 부딪히는 충격은 유리를 깰 수 있을 정도로 강력해 실명이나 골절 등 심각한 부상을 초래할 수 있다. 또한 밀집된 공간에서 손선풍기를 사용하다 옆 사람의 머리카락이 모터에 감기는 사고도 빈번해, 사용자의 세심한 주의가 요구되는 상황이다.

직장 내 복장 논란도 폭염과 함께 다시 불붙었다. 반바지나 슬리퍼, 오프숄더 등 파격적인 출근룩을 두고 '업무 효율을 위한 자유'라는 의견과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는 무례'라는 주장이 팽팽히 맞선다. 특히 일본에서는 남성 직원의 반바지 차림에서 드러나는 다리털이 불쾌감을 준다는 의미의 '스네하라'라는 신조어까지 등장했다. 전문가들은 공적 영역과 사적 영역의 경계가 모호해지면서 발생하는 심리적 거부감으로 분석하며, 조직 내에서 수용 가능한 복장의 범위를 사전에 합의하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제안한다.

결국 폭염 속 에티켓 논쟁의 핵심은 '나의 시원함이 타인의 불편함이 되지 않게 하는 것'에 있다. 신체적 차이와 개인의 취향이 다양해진 만큼, 공공장소에서는 자신의 권리를 주장하기에 앞서 타인에게 미칠 영향을 먼저 고려하는 태도가 절실하다. 지자체나 기업의 규제만으로는 모든 갈등을 해결할 수 없기에, 서로의 온도 차이를 인정하고 한 발씩 양보하는 성숙한 시민 문화 정착이 폭염을 이겨내는 진정한 해법이 될 것이다.
기사 최유찬 기자 yoochan2@lifeandtoda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