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서 개인전, 사진을 물질로 얼리다
2026-07-29 21:50
사진은 찰나의 순간을 포착해 영원으로 남기지만, 성서 작가는 그 찰나를 다시 투명한 물질 속에 가둠으로써 시간의 무게를 시각화한다. 서울 강남구 칼리파갤러리에서 진행 중인 'Frozenism: Frozen Legacy' 전시는 사진 이미지를 레진, 아크릴, 에폭시와 결합해 하나의 입체적인 조각적 구조물로 변모시킨 결과물들을 선보인다. 작가가 2010년부터 일관되게 추진해온 '프로즌이즘'은 사진을 단순한 평면적 기록물이 아니라 시간과 기억이 응결된 하나의 독립된 물질로 바라보는 독창적인 개념예술 체계다.이번 전시의 중심축을 이루는 것은 인류의 집단기억을 송두리째 바꾼 역사적 사건들이다. 제1차 세계대전의 포화부터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의 원폭 투하, 9·11 테러의 충격, 그리고 최근의 코로나19 팬데믹에 이르기까지 작가는 인류가 겪은 거대한 변화의 지점들을 포착했다. 그러나 성서는 사건의 참혹함을 자극적으로 재현하는 데 집중하지 않는다. 대신 그 사건들이 사회와 개인의 삶 속에 남긴 보이지 않는 시간의 흔적을 투명한 층 안에 봉인함으로써 관람객이 시간의 단면을 직접 마주하게 유도한다.

특히 후쿠시마 원전 사고나 동일본 대지진과 같은 재난의 기록들은 작가의 손을 거쳐 차갑고 단단한 유산으로 재구성되었다. 작가는 이러한 역사적 비극들이 단순히 지나간 과거가 아니라, 우리 세대가 짊어지고 가야 할 '얼어붙은 유산'임을 강조한다. 투명한 에폭시 속에 잠긴 재난의 이미지는 정지된 시간 속에서 기묘한 정적을 만들어내며, 보는 이로 하여금 그날의 공포와 슬픔을 차분한 사유의 영역으로 끌어올리게 만든다.

이번 전시는 8월 14일까지 칼리파갤러리에서 계속된다. 인류의 영광과 상처가 뒤섞인 역사적 순간들이 투명한 물질 속에서 어떻게 영원성을 획득하는지 목격할 수 있는 기회다. 작가가 15년 넘게 천착해온 시간의 고고학적 탐구는, 혼란스러운 시대를 살아가는 현대인들에게 과거를 반추하고 미래를 조망할 수 있는 단단한 철학적 지지대를 제공할 것으로 기대된다.
기사 오진우 기자 ohwoo65@lifeandtoda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