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가 대책 71% 부정, 지지층도 다카이치 외면

2026-07-27 20:36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내각이 출범 9개월 만에 최대 위기에 봉착했다. 27일 발표된 요미우리와 닛케이 등 주요 언론의 여론조사 결과, 내각 지지율은 일제히 급락하며 지난해 10월 정권 출범 이후 가장 낮은 수준으로 떨어졌다. 특히 요미우리 조사에서는 지지율이 한 달 만에 12%포인트나 빠지며 처음으로 50%대로 내려앉았다. 마이니치신문 조사에서는 비지지율이 지지율을 앞지르는 '데드크로스' 현상까지 나타나며 민심 이탈이 가속화되는 양상이다. 이러한 하락세는 특정 계층에 국한되지 않고 무당층과 청년층, 심지어 정권의 핵심 기반인 자민당 지지층까지 전방위적으로 확산되고 있다.

 

민심이 돌아선 가장 직접적인 원인은 멈출 줄 모르는 고물가에 대한 정부의 대응 부실이다. 조사 결과 응답자의 70% 이상이 정부의 물가 대책을 긍정적으로 평가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다카이치 내각은 식료품 소비세의 실질 세율을 낮추는 감세안과 현금 지원책을 내놓았으나, 국민이 체감하는 물가 부담을 덜어주기에는 역부족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특히 내각 지지층 내부에서도 절반 이상이 경제 정책에 부정적인 견해를 드러내기 시작했다는 점은 정권에 큰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정부가 제시한 대책들이 유권자들의 기대를 충족시키지 못하면서 정책 효능감이 바닥을 치고 있는 셈이다.

 


황실전범 개정을 둘러싼 논란은 지지율 하락에 기름을 부었다. 다카이치 내각은 최근 여성 왕족이 결혼 후에도 신분을 유지하되, 구왕족 가문의 남성을 양자로 들여 왕위 계승권을 부여하는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하지만 이는 나루히토 일왕의 외동딸인 아이코 공주의 계승을 원하는 압도적인 여론을 정면으로 거스르는 결정이었다. 여론조사 응답자의 80% 이상이 여성 일왕 허용에 찬성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정부가 '남계 계승' 원칙을 고수하며 국민의 이해를 구하는 노력을 소홀히 했다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국민 대다수가 지지하는 방향과 거꾸로 가는 황실 정책이 정권에 대한 강한 반발을 불러일으킨 것이다.

 

국회 운영 방식에 대한 독단적인 태도 역시 도마 위에 올랐다. 교도통신 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절반 이상이 다카이치 정권의 국회 운영이 강압적이었다고 평가했다. 부수도 관련 법안 등 주요 정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야당과의 협치나 충분한 설명 없이 속도전에만 치중했다는 지적이다. 또한 자민당 총재 선거 당시 불거졌던 비방 영상 제작 의혹 등 정권 내부의 도덕성 문제에 대해서도 총리의 해명이 불충분하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정책의 정당성을 확보하기 위한 소통 과정이 생략되면서 정부에 대한 신뢰도가 급격히 추락하고 있다.

 


지지율 하락의 여파는 정권의 미래를 좌우할 무당층에서 가장 극명하게 나타났다. 닛케이 조사에서 특정 정당을 지지하지 않는 무당층의 지지율은 한 달 만에 16%포인트나 폭락하며 30%대 중반까지 떨어졌다. 연령별로도 정권에 우호적이었던 30대 이하 젊은 층의 지지율이 두 자릿수 하락세를 보이며 등을 돌렸다. 자민당 내부에서도 국민 생활과 동떨어진 정책을 무리하게 추진한 것이 화를 불렀다는 자성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정권이 성과로 내세웠던 법안들이 오히려 유권자와의 거리를 넓히는 부메랑이 되어 돌아온 형국이다.

 

다카이치 총리는 출범 당시의 높은 기대감을 뒤로하고 이제 정권 유지 자체를 고민해야 하는 처지에 놓였다. 고물가로 고통받는 서민 경제를 살릴 실질적인 해법을 제시하지 못하고, 황실 문제 등 민감한 사안에서 여론과 대립하는 모습이 계속된다면 지지율 회복은 쉽지 않을 전망이다. 정권 핵심 관계자들은 이번 조사 결과를 엄중하게 받아들이고 정책 기조를 재검토하겠다는 입장이지만, 이미 돌아선 민심을 되돌리기에는 동력이 부족하다는 분석이 많다. 다카이치 내각이 직면한 이번 위기는 단순한 수치 하락을 넘어 정권의 정체성과 리더십에 대한 근본적인 의문으로 번지고 있다.

 

 

 

기사 전윤우 기자 jeonyoonwoo@lifeandtoda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