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티나면 어때?" 왕홍 체험에 빠진 MZ들
2026-07-20 18:33
최근 여행 시장은 조용한 휴식을 통해 심리적 안정을 찾는 '힐링형'과 화려한 변신을 통해 짜릿한 쾌감을 맛보는 '체험형'으로 소비 지형이 뚜렷하게 재편되고 있다. 고물가와 고환율이라는 악조건 속에서도 여행 수요가 꺾이지 않는 배경에는 이처럼 상반된 두 가지 욕구가 공존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신한카드 빅데이터연구소의 최신 분석에 따르면, 현대인들은 스트레스 호르몬 수치를 낮추려는 '코르티솔 OFF' 전략과 즐거움을 극대화하려는 '도파민 ON' 전략을 상황에 따라 선택적으로 취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먼저 인파를 피해 한적한 곳에서 여유를 즐기는 '코르티솔 OFF' 유형은 일본 소도시 여행의 급증에서 확인된다. 올해 1분기 일본의 주요 소도시를 찾은 카드 이용객은 2년 전보다 약 4배 가까이 늘어났다. 특히 대도시보다 50~60대 중장년층의 방문 비중이 월등히 높았는데, 이는 복잡한 관광지 대신 합리적인 물가와 평화로운 분위기를 선사하는 숨은 명소를 선호하는 경향이 뚜렷해졌음을 의미한다. 번잡함을 덜어내고 오롯이 자신에게 집중하는 시간이 새로운 여행의 가치로 떠오른 셈이다.

반면 일상을 벗어난 파격적인 경험에 몰입하는 '도파민 ON' 트렌드는 해외에서의 이색 체험 열풍을 주도하고 있다. 가장 대표적인 사례는 중국 여행객들 사이에서 유행하는 '왕홍 체험'이다. 현지 전통 의상을 입고 화려한 메이크업을 한 채 전문 영상이나 사진을 남기는 이 활동은 올해 들어 가장 높은 이용 증가율을 기록했다. 유명 연예인들이 방송에서 체험하는 모습이 노출되며 대중적 호기심을 자극한 데다, 평소와 다른 자신의 모습을 기록하려는 셀피 문화가 결합하며 여성 고객들의 유입을 대폭 끌어올렸다.

결국 2026년의 여행은 단순히 장소를 옮기는 행위를 넘어 개인의 심리 상태를 조절하는 고도의 소비 행위로 진화하고 있다. 일상의 피로를 씻어내기 위해 극도의 정적을 찾아 떠나거나, 반대로 지루한 일상에 활력을 불어넣기 위해 극도의 화려함을 쫓는 양극화 현상은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빅데이터 분석 전문가들은 여행이 일상화될수록 개인의 취향에 따라 휴식과 몰입이라는 두 축을 오가는 다변화된 소비 패턴이 더욱 정교하게 발달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기사 안지원 기자 ahnjjiiwon@lifeandtoda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