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장윤기 사건' 사과…상피제 전면 도입

2026-07-16 23:00

 정부가 광주 여고생 살해 사건의 범인 장윤기를 비호하기 위해 경찰 조직이 가담한 의혹에 대해 고개를 숙였다. 윤호중 행정안전부 장관은 16일 대국민 담화문을 통해 수사팀장이 증거 인멸 혐의로 구속되는 등 경찰의 고의적인 봐주기 수사 정황이 드러난 것에 대해 깊은 유감을 표명했다. 정부는 이번 사태를 경찰 수사의 공정성을 파괴한 중대 범죄로 규정하고, 비리 경찰이 더 이상 설 자리가 없도록 수사 시스템을 근본적으로 쇄신하겠다는 강한 의지를 천명했다.

 

재발 방지를 위한 핵심 대책으로 경찰관 가족이 연루된 사건을 해당 관서가 맡지 못하게 하는 '상피제'와 연고지 유착을 막는 '순환인사제'가 전면 도입된다. 앞으로 경찰관의 친인척이 사건 관계인일 경우 반드시 자진 신고해야 하며, 해당 사건은 시도경찰청이 직접 수사하거나 타 관서로 이송된다. 또한 국가수사본부장 직속의 '내부비리수사대'를 신설해 전국 경찰의 수사 비위를 전담 마크하고, 비리 적발 시 무관용 원칙에 따라 엄단하는 등 내부 감시망을 촘촘히 구축하기로 했다.

 


외부 통제 장치도 대폭 강화된다. 국가경찰위원회 산하에 독립적인 '경찰 수사 인권·감찰 조사기구'를 설치해 민간 출신 조사국장이 부실 수사나 인권 침해 여부를 직접 조사하게 된다. 이는 경찰 내부 감찰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조치로, 검사의 보완 수사 요구를 이행하지 않는 사례까지 조사 대상에 포함된다. 특히 오는 10월 출범할 공소청과의 협력을 통해 경찰 수사의 허점을 원천 차단하고, 부당한 수사가 진행될 경우 검사가 수사팀 변경을 요구할 수 있는 강력한 견제 장치를 마련했다.

 

윤 장관은 경찰이 공소청 검사의 보완 수사 요구나 합동 수사 요청에 즉각 응하도록 제도화하겠다고 강조했다. 만약 경찰이 정당한 사유 없이 이를 거부해 수사의 공정성을 해친다고 판단되면, 검사는 해당 수사팀이나 수사관서를 강제로 변경할 수 있는 권한을 갖게 된다. 이는 그동안 경찰이 독점해 온 수사 진행 과정에 외부의 객관적인 시각을 개입시켜, 제 식구 감싸기식의 폐쇄적인 수사 문화를 타파하겠다는 정부의 강력한 의중이 반영된 결과다.

 


이번 쇄신안에 대해 경찰 내부에서는 신뢰 회복을 위해 피할 수 없는 조치라는 반응이 주를 이루고 있다. 일선 경찰관들은 지역 연고를 바탕으로 한 이른바 '향찰' 문제가 구조적으로 해결될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기대를 내비쳤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새로운 조사기구가 기존 감찰 조직 위에 군림하는 '옥상옥'이 될 수 있다는 우려와 함께, 수사 실무를 모르는 민간 조사관들이 현장의 전문성을 저해할 수 있다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잦은 순환 인사가 지역 치안의 전문성을 떨어뜨릴 수 있다는 지적도 만만치 않다.

 

정부는 이번 대책을 통해 정(情)이 아닌 정의에 헌신하는 경찰상을 재정립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중대범죄수사청을 활용해 경찰을 포함한 사법경찰관의 범법 행위를 성역 없이 수사하고, 내부 비리 신고 포상금과 변호사 대리 신고제를 확대해 자정 작용을 극대화할 방침이다. 장윤기 사건으로 실추된 경찰 수사의 신뢰를 회복하기 위한 이번 고강도 처방이 실제 현장에서 어떻게 작동할지, 그리고 10월 출범할 공소청과의 새로운 관계 정립이 수사 현장에 어떤 변화를 몰고 올지 귀추가 주목된다.

 

 

 

기사 최유찬 기자 yoochan2@lifeandtoda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