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치된 지급기, 공공생리대 사업 첫날부터 '삐걱'
2026-07-06 22:49
정부가 여성의 보편적 건강권 확립을 위해 야심 차게 내놓은 공공생리대 지원 사업이 시행 첫날부터 극심한 현장 혼란에 직면했다. 성평등부는 6일을 기점으로 전국 공공시설에서 무료 생리대 이용이 가능하다고 홍보했으나, 실제 현장 상황은 정부의 호언장담과는 거리가 멀었다. 서울 시내 주요 공공기관조차 지급기가 설치되지 않은 채 구석에 방치되어 있거나, 설치가 끝난 곳도 시민들의 접근성이 떨어지는 외진 곳에 배치되어 있어 사업의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현장에서 만난 시민들은 사업의 시작 여부조차 인지하지 못하는 경우가 대다수였다. 이용객이 붐비는 화장실이나 로비 대신 자주 찾지 않는 별관 등에 지급기가 설치된 탓에, 정작 긴급한 상황에서 도움을 받아야 할 여성들은 혜택에서 소외되고 있다. 특정 지자체에서는 지급기 내부에 채워 넣을 생리대 비치 일정조차 확정하지 못해 빈 기계만 덩그러니 놓여 있는 실정이다. 이는 중앙정부의 일방적인 일정 발표와 지자체의 준비 속도가 전혀 맞물리지 않았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행정 내부의 정보 공유 체계도 엉망인 것으로 확인됐다. 같은 구청 내에서도 담당 부서마다 지급기 설치 시점과 운영 방식을 다르게 설명하는 등 혼선이 빚어지고 있다. 어떤 곳은 이번 주 내 설치를 약속하는 반면, 다른 곳은 다음 달에나 사업이 시작될 것이라고 답하는 식이다. 이러한 정보의 불일치는 시민들에게 정확한 이용 안내를 제공해야 할 지자체의 홍보 역량 부족으로 이어져 사업 초기 동력을 상실하게 만들고 있다.

성평등부는 뒤늦게 자동 지급기 보급이 완료되는 7월 중순부터 본격적인 홍보에 나서겠다는 입장이다. 정부는 사회관계망서비스를 활용해 사업을 알리고 지자체별 운영 일정에 맞춘 맞춤형 홍보를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미 시행 첫날의 홍보 기회를 놓친 상황에서 무너진 행정 신뢰를 어떻게 회복할지가 관건이다. 정부와 지자체는 이제라도 긴밀한 협력 체계를 구축해 공공생리대 보급 사업이 공백 없이 운영될 수 있도록 행정력을 집중해야 한다.
기사 최유찬 기자 yoochan2@lifeandtoda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