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계국 꽃길 따라 걷는 민둥산, 나비 떼와의 동행

2026-07-01 14:43

 부드러운 이름과 달리 정선 민둥산은 등산객들 사이에서 '보기보다 매운맛'을 자랑하는 산으로 통한다. 해발 1,118.8m라는 높이는 서울의 관악산이나 인왕산을 가볍게 압도하며, 정상에 가까워질수록 나무 그늘이 사라지는 지형 특성상 여름철 뙤약볕을 고스란히 견뎌야 하는 고난도 코스다. 최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화제가 된 돌리네 연못의 비경을 직접 확인하기 위해 가벼운 마음으로 나섰던 이들은 30도에 육박하는 급경사와 발끝에서 굴러다니는 불안정한 돌멩이들에 당혹감을 감추지 못한다. 준비 없는 산행은 자칫 사고로 이어질 수 있어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

 

등산 숙련자가 아닌 일반 관광객들에게 가장 현실적인 대안으로 꼽히는 것은 발구덕마을을 기점으로 하는 최단 경로다. 해발 850m 지점까지 차량으로 이동한 뒤 산행을 시작하면, 정상까지는 약 30분, 돌리네 연못이 내려다보이는 능선까지는 20분 내외면 도착할 수 있다. '발구덕'이라는 지명 자체가 8개의 구덩이를 뜻하는 만큼, 이동 중에도 민둥산 특유의 카르스트 지형을 곳곳에서 관찰할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다만 주말이나 공휴일에는 몰려드는 인파로 인해 차량 진입이 엄격히 통제되므로, 방문 전 반드시 통제 여부를 확인하고 일정을 짜야 낭패를 면할 수 있다.

 


반면 산행 자체를 즐기는 등산 애호가들에게는 민둥산역 인근 중산초등학교에서 출발하는 정석 코스가 인기다. 이 경로는 급경사와 완경사로 나뉘는데, 어떤 길을 선택하더라도 편도 2시간 이상의 꾸준한 체력이 요구된다. 초입부터 이어지는 가파른 오르막은 초보자들의 숨을 턱 끝까지 차오르게 만들지만, 고도를 높일수록 시야가 확보되며 펼쳐지는 정선의 산세는 그간의 노고를 잊게 할 만큼 압도적이다. 땀방울을 흘린 뒤 마주하는 정상의 풍경은 최단 코스로 올라온 이들이 느끼지 못하는 성취감을 선사하며 민둥산의 진짜 매력을 보여준다.

 

여름 민둥산의 등산로를 더욱 풍성하게 만드는 것은 발치에 깔린 야생화와 그 주위를 맴도는 나비 떼다. 특히 발구덕마을에서 정상으로 향하는 계단길 양옆에는 노란 금계국과 하얀 개망초가 만개해 천상의 정원을 연상케 한다. 도시에서는 보기 힘든 수많은 나비와 꿀벌이 꽃 사이를 누비는 모습은 이곳이 자연 그대로의 생태계임을 실감하게 한다. 왱왱거리는 벌 소리에 겁을 먹는 등반객도 적지 않지만, 정작 벌들은 지천에 널린 꿀을 따느라 사람에게는 관심조차 두지 않는 평화로운 풍경이 이어진다.

 


지리적 접근성 측면에서 민둥산은 수도권 거주자들에게 당일치기 산행이 충분히 가능한 매력적인 선택지다. 서울 청량리역에서 오전 7시 34분과 9시 51분에 출발하는 무궁화호 열차를 이용하면 정오 전후로 민둥산역에 도착할 수 있다. 산행을 마친 후에는 오후 3시부터 7시 사이의 복귀 열차를 이용해 서울로 돌아오는 일정이 가능하다. 기차 여행 특유의 낭만과 강원도의 수려한 자연경관을 하루 만에 만끽할 수 있다는 점은 바쁜 현대인들이 민둥산을 찾는 또 다른 이유가 되고 있다.

 

민둥산은 그 이름처럼 민민한 산이 아니라, 거친 숨소리와 화려한 들꽃, 그리고 신비로운 지형이 공존하는 입체적인 공간이다. 계절마다 옷을 갈아입는 이곳의 풍경은 등산객들에게 매번 새로운 질문을 던지며 도전 정신을 자극한다. 가파른 경사를 이겨내고 마침내 마주하는 돌리네 연못의 그윽한 물빛은 자연이 준 최고의 보상이며, 그늘 한 점 없는 정상에서 느끼는 시원한 바람은 산행의 고단함을 씻어내기에 충분하다. 민둥산은 오늘도 자신을 찾는 이들에게 험난한 길 끝에 펼쳐지는 가장 아름다운 순간을 묵묵히 증명해 보이고 있다.

 

기사 안지원 기자 ahnjjiiwon@lifeandtoda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