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손으로 잔해 파헤치는 베네수엘라의 절규

2026-06-26 21:22

 베네수엘라를 강타한 규모 7.5의 연쇄 강진으로 인한 인명 피해 규모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고 있다. 베네수엘라 보건부는 현지 시간 25일 기준으로 최소 235명이 숨지고 4,300명 이상이 다친 것으로 공식 집계했다. 하지만 통신이 두절된 지역이 많고 무너진 건물 잔해 아래 매몰된 인원만 200여 명에 달해 실제 희생자 수는 훨씬 더 많을 것으로 우려된다. 민간 차원에서 운영되는 실종자 추적 사이트에는 이미 4만 6천 명 이상의 행방불명 신고가 접수되어 현장의 비극적인 상황을 대변하고 있다.

 

지진 발생 후 30시간이 지나면서 생존자를 구출할 수 있는 이른바 '골든타임' 확보를 위한 사투도 치열해지고 있다. 통상적으로 지진 발생 후 48시간 이내를 생존 가능성이 가장 높은 시기로 보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매몰자들의 생존 확률은 희박해진다. 현지 주민들과 자원봉사자들은 전문 장비가 부족한 열악한 환경 속에서도 삽과 맨손을 동원해 콘크리트 더미를 파헤치고 있다. 가족의 생사조차 확인하지 못한 이들은 절규하며 잔해 속에서 희망의 끈을 놓지 않고 있다.

 


피해 지역의 거주 여건은 처참한 수준이다. 항구도시 라과이라와 수도 카라카스 일대의 주민들은 계속되는 여진의 공포로 인해 집으로 돌아가지 못한 채 공원과 광장에서 노숙을 이어가고 있다. 학교와 경기장 등이 임시 대피소로 지정되었으나 쏟아져 나오는 이재민을 수용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다. 전력과 통신망마저 끊겨 외부와의 소통이 차단된 주민들은 어둠 속에서 추위와 배고픔, 그리고 언제 다시 닥칠지 모르는 진동에 떨며 불안한 밤을 보내고 있다.

 

국제사회는 비극을 맞이한 베네수엘라를 돕기 위해 신속하게 움직이고 있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은 미국의 행보다. 미 남부사령부는 해병대 소장을 카라카스에 급파해 구호 작전을 진두지휘하고 있다. 불과 6개월 전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을 체포하기 위해 군사작전을 펼쳤던 미군이 이번에는 수송기와 헬기를 동원해 구조 인력과 물자를 실어 나르는 구호의 손길을 내밀었다는 점은 국제 정치적으로도 상당한 의미를 지닌다.

 


유엔과 국제적십자사 역시 긴급 자금을 투입하고 전 세계 도시수색구조팀의 파견을 조율 중이다. 유럽연합은 위성 시스템을 가동해 피해 지역의 지형 변화를 분석하고 있으며, 스페인과 독일, 스위스 등 유럽 각국은 전문 구조대와 수색견을 현지로 보내고 있다. 멕시코와 콜롬비아를 비롯한 중남미 이웃 국가들도 의료진과 구호물자를 지원하며 형제국의 아픔을 나누고 있다. 민간 영역에서는 스페이스X가 위성 인터넷을 무료로 개방하며 통신 복구에 힘을 보탰다.

 

현재 베네수엘라 전역은 거대한 장례식장을 방불케 할 정도로 깊은 슬픔에 잠겨 있다. 거리 곳곳에는 주인을 잃은 시신들이 놓여 있고, 가족의 이름을 부르는 주민들의 통곡 소리가 끊이지 않는다. 국제사회의 전폭적인 지원이 이어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워낙 피해 범위가 넓어 복구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절망적인 상황 속에서도 한 명의 생명이라도 더 구하기 위한 국제 구조대와 현지 주민들의 필사적인 수색 작업은 멈추지 않고 계속되고 있다.

 

기사 전윤우 기자 jeonyoonwoo@lifeandtoda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