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양 100년 비결, 김연수의 데이터 경영
2026-06-15 22:28
단기적인 이익 극대화가 기업의 지상 과제로 여겨지는 오늘날, 한 세기 전부터 기업의 공공성과 내실을 강조했던 한 경영자의 발자취가 큰 울림을 주고 있다. 설탕과 식품 소재를 넘어 화학과 섬유 산업의 기틀을 닦은 삼양그룹 창업주 수당 김연수 회장이 그 주인공이다. 그는 기업의 사명이 단순히 돈을 버는 데 있는 것이 아니라 국가와 사회에 이바지하는 데 있다는 확고한 신념을 바탕으로 삼양을 일궈냈다. 1896년 대지주 가문에서 태어났음에도 안락한 삶 대신 험난한 기업가의 길을 택한 그는 철저한 실증적 데이터와 실용주의를 무기로 숱한 국가적 위기를 정면 돌파했다.수당의 경영 인생에서 가장 돋보이는 지점은 이념보다 민족의 배고픔을 해결하는 '실업보국'을 우선시했다는 점이다. 일본 유학 시절 근대화된 산업 시설을 목격한 그는 농업 근대화가 민족 자립의 핵심임을 간파했다. 1924년 삼양그룹의 모태인 삼수사를 설립한 이후, 그는 엘리트 지식인의 권위를 내려놓고 직접 토질과 강수량을 분석하며 황무지 개간에 매진했다. 1930년대 대공황으로 쌀값이 폭락하며 농촌이 파산 위기에 몰렸을 때도 그는 위축되지 않았다. 오히려 만주 벌판으로 눈을 돌려 해외 생산법인을 세우는 공격적인 경영으로 기업의 체급을 키우는 승부수를 던졌다.

제당 사업 초기, 삼양은 후발 주자로서 거센 도전에 직면했다. 비용 절감을 위해 중고 설비를 들여오자는 내부 의견이 지배적이었으나, 수당은 품질과의 타협을 단호히 거부했다. 그는 당시 세계 최고의 기술력을 보유했던 서독의 최신식 설비를 과감히 도입하는 정공법을 택했다. 이러한 품질 최우선 경영은 삼양 설탕이 시장에 안착하는 발판이 되었고, 국내 설탕 가격 안정에도 크게 기여했다. 눈앞의 이익보다 장기적인 신뢰와 품질을 선택한 그의 혜안은 삼양이 100년 넘게 장수할 수 있었던 핵심 동력이 되었다.

오늘날 삼양그룹은 수당이 뿌린 씨앗을 바탕으로 연 매출 4조 원이 넘는 글로벌 소재 기업으로 진화했다. 큐원 브랜드를 필두로 한 식품 사업은 물론, 엔지니어링 플라스틱과 의약바이오 등 첨단 분야로 영역을 넓히며 미래 100년을 준비하고 있다. 데이터에 기반한 합리적 판단과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강조했던 수당 김연수의 경영 방식은 4차 산업혁명 시대를 살아가는 현대 경영인들에게도 변치 않는 이정표가 되고 있다. 100년을 버틴 삼양의 힘은 결국 기본에 충실하면서도 시대의 요구에 응답했던 창업주의 실용주의 정신에서 비롯되었다.
기사 안민성 기자 anmin-sung@lifeandtoda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