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즈볼라, 미 휴전안 거부 "항복 없다"
2026-06-05 22:30
미국이 야심 차게 추진해온 이스라엘과 레바논 간의 휴전 중재안이 당사자들의 강력한 반발에 부딪히며 좌초될 위기에 처했다. 미 국무부는 워싱턴에서 열린 회담을 통해 레바논 남부 리타니강 이남 지역의 무장 해제와 헤즈볼라 철군을 골자로 한 합의를 이끌어냈다고 공표했으나, 정작 전장의 주역인 헤즈볼라는 이를 '항복 문서'로 규정하며 즉각 거부 의사를 분명히 했다. 이스라엘 역시 자국 북부의 안전을 이유로 점령지 철군 불가 방침을 고수하고 있어 평화로 가는 길은 더욱 험난해진 형국이다.헤즈볼라의 수장 나임 카셈 사무총장은 자체 방송을 통해 발표한 성명에서 이번 합의안을 강도 높게 비난했다. 그는 무장대원의 철수를 전제로 한 휴전 요구는 적의 목표 달성을 돕는 파렴치한 행위라고 일축하며, 이스라엘 점령군의 완전한 철수 없이는 어떠한 저항 중단도 없을 것이라고 못 박았다. 특히 레바논 정부를 향해 이스라엘과의 협상을 '촌극'이라 비하하며, 폭격이 계속되는 한 이스라엘 북부 접경지 역시 안전을 보장받지 못할 것이라고 경고 수위를 높였다.

이러한 현지의 대립은 미국과 이란 사이에서 진행 중인 거대 종전 협상에도 어두운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다. 이란은 그동안 평화 협상의 선결 조건으로 레바논을 포함한 모든 전선에서의 완전한 휴전을 요구해왔기 때문이다. 이란 혁명수비대는 이스라엘이 침공 이전의 국제 국경선 뒤로 물러나야 한다고 압박하며, 공세가 지속될 경우 헤즈볼라 지원을 위해 직접 군사 개입에 나설 수 있다는 관측까지 흘러나오고 있어 중동 전체의 전운이 짙어지는 상황이다.

결국 레바논 남부의 포성이 멈추지 않는 한, 미국과 이란이 추진하는 포괄적 평화 안착은 공염불에 그칠 가능성이 크다. 이스라엘의 점령 지속과 헤즈볼라의 항전 의지가 정면으로 충돌하는 가운데, 양측의 무력 시위는 리타니강 유역을 넘어 중동 전역의 지정학적 리스크를 키우고 있다. 국제 사회는 미국의 중재안이 실질적인 강제력을 가질 수 있을지, 아니면 단순한 외교적 수사에 그치며 다시 대규모 전면전으로 치닫게 될지 우려 섞인 시선으로 지켜보고 있다.
기사 전윤우 기자 jeonyoonwoo@lifeandtoda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