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노키오는 나" 짐 다인, 서울서 개인전 개최
2026-05-28 18:38
미국 현대미술의 거장 짐 다인이 아흔이 넘은 나이에도 식지 않는 창작열을 안고 서울을 찾았다. 서울 삼청동 피비갤러리에서 개막한 ‘My Words and Pinocchio’ 전시는 작가가 평생에 걸쳐 탐구해온 피노키오라는 상징적 존재와 자신의 언어를 결합한 독창적인 무대다. 전시장 벽면에는 작가가 직접 목탄으로 써 내려간 문장들과 거친 질감의 드로잉이 뒤섞여 짐 다인만의 육체적 감각을 고스란히 드러낸다. 팝아트의 태동기를 이끌었던 노화가는 이제 화려한 이미지를 넘어 인간 존재의 불완전함과 성장을 이야기하는 심오한 세계로 관객을 초대한다.짐 다인에게 피노키오는 단순한 동화 속 캐릭터가 아니라 예술가로서의 삶을 투영한 강력한 은유다. 그는 여섯 살 무렵 디즈니 애니메이션을 통해 처음 접했던 피노키오의 공포와 경이로움을 여전히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다. 성인이 된 후 우연히 발견한 골동품 인형은 그의 작업실에서 수십 년간 함께하며 자연스럽게 작품의 주인공으로 자리 잡았다. 나무 토막이 고통스러운 과정을 거쳐 인간이 되어가는 피노키오의 여정은, 무생물인 캔버스에 생명력을 불어넣는 예술가의 창작 과정과 궤를 같이한다는 것이 작가의 설명이다.

작가는 스스로를 ‘손으로 생각하는 사람’이라고 정의하며 아날로그적 작업 방식에 대한 자부심을 드러낸다. 첨단 기술이 지배하는 시대에도 그는 컴퓨터나 운전 대신 오로지 손으로 만들고 그리는 행위에만 집중해왔다. 1970년대에 5년 동안 외부와 단절한 채 모델 드로잉에만 매진했던 일화는 그의 철저한 장인정신을 보여준다. 대상을 끊임없이 바라보고 손이 눈을 완벽하게 따라가도록 훈련하는 과정은 짐 다인 예술의 근간을 이룬다. 이러한 집요함은 이번 전시의 신작 드로잉에서도 밀도 높은 생동감으로 나타난다.

91세의 화가는 여전히 내일의 작업을 꿈꾸며 붓을 놓지 않는다. 전시장 한가운데 놓인 붉은 피노키오 조각과 지팡이를 짚은 작가의 모습은 묘한 일체감을 형성하며 관람객에게 묵직한 감동을 준다. 그는 예술을 통제할 수 없는 본능이자 삶의 방식이라고 말하며, 다음번에 그릴 피노키오는 지금보다 더 나아질 것이라는 희망을 내비친다. 인간이 되기 위해 수많은 시련을 겪는 피노키오처럼, 거장의 예술 역시 완성을 향해 끊임없이 나아가는 현재진행형의 서사로 남았다.
기사 오진우 기자 ohwoo65@lifeandtoda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