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화학, AI·항암제 띄운다… 4대 성장동력 선언
2026-05-21 18:43
LG화학이 배터리 소재를 넘어 인공지능(AI)과 전장, 항암 신약까지 아우르는 대대적인 사업 구조 개편에 돌입한다. 글로벌 석유화학 시장의 공급 과잉과 원가 경쟁 심화라는 위기 상황을 정면 돌파하기 위해 고부가 스페셜티 제품 중심으로 체질을 완전히 바꾸겠다는 전략이다. 회사는 기존 3대 핵심 사업에 ‘고부가 스페셜티’를 추가한 4대 성장동력 체제를 확립하고, 이를 통해 2030년까지 관련 매출을 현재의 3배 이상인 17조 원 규모로 끌어올리겠다는 공격적인 목표를 제시했다.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AI와 반도체 산업을 겨냥한 전자소재 사업의 고도화다. LG화학은 급성장하는 AI 반도체 시장에 대응하기 위해 패키징 소재와 방열·접착 소재 등 전장용 고기능 소재 공급을 대폭 늘릴 계획이다. 아울러 디스플레이용 옵티컬 필름과 차량용 포토폴리머 필름 등 기술 진입 장벽이 높은 프리미엄 제품군 확대를 통해 수익성을 극대화한다. 이는 단순한 소재 공급사를 넘어 미래 모빌리티와 IT 생태계의 핵심 파트너로 도약하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바이오 사업은 항암 신약을 중심으로 글로벌 제약사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 준비를 마쳤다. 현재 두경부암 치료제 임상 3상을 비롯해 다양한 면역항암제 임상을 진행 중이며, 미국 법인 아베오(AVEO)를 전초기지로 삼아 글로벌 항암 시장 공략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난임 치료와 성장호르몬 등 기존 강점을 가진 분야에서도 인접 질환으로 영역을 확장하며 바이오 부문의 자생력을 높이고 있다. 이는 화학 기업의 한계를 넘어 생명공학 분야에서도 독보적인 경쟁력을 갖추겠다는 포석이다.

기존의 범용 석유화학 제품 비중은 과감히 줄이고 고기능성수지(ABS)와 반도체용 고순도 세정제 등 프리미엄 소재로의 전환을 가속화한다. 김동춘 CEO는 취임 이후 줄곧 고강도 혁신과 체질 개선을 주문하며 기술 경쟁력 중심의 포트폴리오 재설계를 진두지휘해 왔다. 시장의 변화에 선제적으로 대응해 기업 가치를 극대화하겠다는 경영진의 의지가 이번 4대 성장동력 체제 확립으로 구체화된 셈이다. LG화학은 이제 전통적인 굴뚝 산업의 이미지를 벗고 첨단 과학 기업으로의 본격적인 항해를 시작했다.
기사 안민성 기자 anmin-sung@lifeandtoda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