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더 내고 성능은 하락?" IT 업계 덮친 '슈링크플레이션' 비상
2026-05-07 22:21
글로벌 메모리 반도체 가격의 고공행진이 멈추지 않으면서 전자기기 제조사들이 극단적인 생존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과거에는 원가 상승 시 제품 가격을 올리는 것이 일반적이었으나, 최근에는 가격 인상과 동시에 핵심 부품의 성능을 낮추는 이른바 'IT판 슈링크플레이션'이 대세로 자리 잡았다. 소비자들은 더 많은 비용을 지불하면서도 전작보다 못한 성능의 기기를 손에 넣어야 하는 유례없는 상황에 직면했다.스마트폰 시장에서는 이미 구체적인 성능 하향 수치가 제시되며 논란이 가열되고 있다. 구글의 차세대 폴더블 스마트폰인 픽셀11 프로 폴드는 멀티태스킹의 핵심인 램 용량을 전작 대비 4GB나 줄일 것으로 알려졌다. 모토로라 역시 최신 폴더블폰의 가격을 100달러 인상하면서도 저장 공간은 오히려 절반으로 축소하는 강수를 뒀다. 이는 제조원가 부담을 소비자에게 전가하는 동시에 내부 부품 비용까지 절감하려는 이중 전략으로 풀이된다.

PC 부품 시장에서는 아예 성능을 반토막 낸 변종 제품까지 등장하고 있다. 대만의 주요 메인보드 제조사인 애즈락은 메모리 업체들과 손잡고 기존 DDR5의 절반 수준 대역폭만 제공하는 저가형 메모리 보급에 나섰다. 이는 고성능을 지향하던 PC 시장의 흐름에 역행하는 것이지만, 치솟는 부품값을 감당하기 어려운 보급형 PC 시장을 공략하기 위한 고육지책으로 평가받는다.

메모리 업계는 차세대 규격인 DDR6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지만, 실제 시장 보급까지는 최소 2년 이상의 시간이 소요될 전망이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주요 공급사들이 공정 전환과 수율 확보에 집중하는 동안 램 가격의 하락 요인은 당분간 나타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결국 소비자들은 고성능 메모리 기술이 대중화되는 2028년 전까지 기기 가격 상승과 사양 저하라는 이중고를 견뎌야 하는 처지에 놓였다.
기사 안민성 기자 anmin-sung@lifeandtoda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