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나영 완승·신유빈 마무리, 女탁구 만리장성 넘을까?
2026-05-07 22:48
한국 여자 탁구의 간판 신유빈이 위기의 순간마다 압도적인 기량을 과시하며 대표팀을 세계선수권대회 8강 반열에 올려놓았다. 영국 런던 OVO 아레나 웸블리에서 펼쳐진 2026 국제탁구연맹 세계탁구선수권대회 단체전 16강전에서 한국은 싱가포르를 매치스코어 3-1로 제압했다. 이번 승리는 대회 초반 조별 리그에서 3연패를 당하며 침체되었던 팀 분위기를 완전히 반전시킨 결과물로, 본선 무대에서 보여준 대표팀의 저력은 현지 중계진조차 놀라게 할 만큼 강렬했다.승부의 물꼬를 튼 것은 차세대 에이스 김나영의 완벽한 기선 제압이었다. 1단식 주자로 나선 김나영은 싱가포르의 주축 선수인 쩡젠을 상대로 세트스코어 3-0의 완승을 거두며 팀에 귀중한 첫 승점을 안겼다. 경기 초반부터 상대를 거세게 몰아붙인 김나영은 마지막 3게임에서 듀스까지 가는 접전이 펼쳐졌음에도 흔들리지 않는 집중력을 발휘했다. 막내급 선수의 패기 넘치는 플레이는 뒤이어 출전하는 선배들에게 커다란 자신감을 불어넣는 촉매제가 되었다.

신유빈의 4단식 경기는 한 편의 역전 드라마와 같았다. 첫 게임을 10-12로 아쉽게 내주며 불안한 출발을 보였으나, 신유빈은 곧바로 전술을 수정해 상대를 압박하기 시작했다. 2게임을 11-5로 가볍게 따내며 승부를 원점으로 돌린 뒤, 3게임과 4게임에서도 고비 때마다 날카로운 드라이브를 성공시키며 경기를 주도했다. 컨디션이 완벽하지 않은 상황에서도 끝까지 평정심을 유지하며 승리를 일궈낸 모습에서 한국 탁구의 미래를 짊어진 에이스의 책임감을 엿볼 수 있었다.

8강전 상대인 중국은 객관적인 전력에서 앞서지만, 신유빈을 비롯한 태극 전사들의 기세는 그 어느 때보다 드높다. 신유빈은 중국 선수들의 실력을 인정하면서도, 지금까지 해왔던 것처럼 자신의 최선을 다한다면 충분히 좋은 경기를 펼칠 수 있다는 자신감을 내비쳤다. 도전자라는 낮은 자세를 유지하면서도 승부처에서는 누구보다 공격적으로 맞서겠다는 대표팀의 각오는 런던 현지의 열기를 더욱 뜨겁게 달구고 있다. 한국 여자 탁구의 위대한 도전은 이제 가장 높은 벽인 중국을 정조준하고 있다.
기사 홍준영 기자 honghong88@lifeandtoda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