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대 노인, 아버지 이름 찾고 오열한 이유
2026-04-08 17:40
76년이라는 긴 세월은 여섯 살 소년을 백발의 노인으로 만들었지만, 가슴에 맺힌 응어리를 풀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시간이었다. 6·25 전쟁 중 사라진 아버지의 행방을 찾는 여정은 늘 절망의 연속이었다. '월북자 가족'일지 모른다는 사회적 편견과 '관련 자료가 없다'는 공공기관의 차가운 답변은 그의 삶을 무겁게 짓눌렀다.최윤한(82)씨의 아버지는 1950년 전쟁의 혼란 속에서 납북되었다. 하지만 공식적인 기록 없이는 그 사실을 증명할 길이 없었다. 그는 아버지가 의용소방대원으로 활동했다는 희미한 기억의 조각을 붙들고 마지막 희망으로 수원시 '새빛민원실'의 문을 두드렸다.

결정적인 단서는 '의용소방대원'이라는 한 줄의 기록에서 나왔다. 이를 토대로 통일부에서 최 씨의 아버지가 정부에 의해 공식적으로 '납북자'로 인정되었으며, 납북 당시 직업이 '소방관'으로 명시된 문서를 찾아냈다. 76년간의 의심과 설움이 사실로 증명되는 순간이었다.

수원시의 적극 행정은 한 걸음 더 나아가, 경기소방재난본부와 수원소방서를 설득해 고인을 '명예의용소방대원'으로 위촉하는 결실을 보았다. 최근 최 씨는 이재준 수원시장에게 "국가와 사회가 한 사람의 아픔을 나누는 진심을 느꼈다"는 내용의 감사 편지를 전달하며 깊은 고마움을 표했다.
기사 최유찬 기자 yoochan2@lifeandtoda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