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만 원은 안 될까?" 어른들 울리는 '세뱃돈플레이션'
2026-02-12 09:22
"라떼는 만 원이면 충분했는데…." 이제 옛말이 되었다. 고물가와 화폐 가치 하락이 맞물린 '세뱃돈 인플레이션(Sebaetdon Inflation)'이 현실화되면서, 설 명절 풍속도가 급격히 바뀌고 있다. 마음을 전하던 세뱃돈이 이제는 냉정한 '시세'가 존재하는 경제적 거래로 변모하고 있는 것이다.지난 10일 카카오페이가 발행한 ‘페이어텐션’ 보고서는 이러한 변화를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성인 남녀가 꼽은 설 명절 최대 스트레스 요인은 단연 '지출'이었다. 특히 올해는 중고등학생 세뱃돈의 심리적 저항선이었던 '5만 원'이 무너지고 '10만 원 시대'가 본격 개막했다는 점에서 그 부담은 더욱 가중되고 있다.

이는 단순히 물가가 올라서만이 아니다. 평균 수령액의 가파른 상승세가 이를 증명한다. 2021년 5만 4,000원이었던 중고등학생 평균 세뱃돈은 2024년 7만 4,000원으로 3년 만에 약 37% 급등했다. 짜장면 가격 상승률을 웃도는 수치다. 이제 "고등학생 조카에게 5만 원 주면 눈치 보인다"는 우스갯소리가 데이터로 입증된 셈이다.
흥미로운 점은 세뱃돈의 적정선을 두고 세대 간의 '동상이몽'이 뚜렷하다는 것이다. 경제 활동 주체인 4060세대의 70%는 여전히 '5만 원'을 적정 금액으로 보고 있다. 반면, 수령 주체인 10대의 60%는 '10만 원'을 원한다.
이 5만 원의 간극은 명절 당일, 어른들에게는 심리적 부채감을, 아이들에게는 실망감을 안겨줄 수 있는 뇌관이다. 전문가들은 "고물가를 체감하는 청소년들의 눈높이와, 팍팍한 살림살이를 운용해야 하는 어른들의 현실 인식이 충돌하는 지점"이라고 분석한다.
이러한 세뱃돈 규모의 확대에는 '핀테크의 일상화'가 촉매제 역할을 했다. 현금을 준비하지 않아도 터치 몇 번이면 송금이 가능한 환경은 돈이 오가는 문턱을 낮췄다.
실제로 최근 5년간(2020~2024년) 카카오페이 설날 송금봉투 이용 건수는 4배, 거래 금액은 5.3배나 폭증했다. 봉투에 현금을 담을 때는 1만 원권과 5만 원권을 섞어 액수를 조절할 수 있었지만, 모바일 송금은 '5만 원', '10만 원' 등 딱 떨어지는 금액을 선택하게 유도하는 경향이 있어 지출 단위를 키웠다는 분석도 나온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라는 덕담보다 봉투의 두께가 더 중요해진 시대. 데이터가 가리키는 2025년의 설날은, 정(情)과 돈 사이에서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해야 하는 현대인들의 고단한 현실을 투영하고 있다.
기사 최유찬 기자 yoochan2@lifeandtoda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