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죄에 쓰인 비트코인, 이제 '압수' 가능
2026-01-09 12:12
범죄 수익 은닉의 수단으로 악용되던 가상자산에 대해 대법원이 마침표를 찍었다. 업비트나 빗썸 같은 거래소의 전자지갑에 보관된 개인 소유의 비트코인이라도 형사소송법에 따른 강제 처분, 즉 압수가 가능하다는 첫 판단을 내놓은 것이다. 이는 가상자산을 둘러싼 법적 공백을 메우고, 관련 범죄 수사에 새로운 이정표를 제시한 것으로 평가된다.이번 판결은 지난 2020년 한 자금 세탁 범죄 피의자 A씨의 계좌에서 비롯됐다. 당시 경찰은 수사 과정에서 A씨가 특정 거래소에 보유하고 있던 시가 6억 원 상당의 비트코인 55.6개를 압수했다. 범죄와 연관된 자금 흐름을 차단하기 위한 조치였으나, A씨는 이에 불복하며 법적 다툼을 시작했다.

그러나 대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대법원 2부는 비트코인을 독립적으로 관리하고 거래할 수 있으며, 실질적인 경제적 가치를 지배할 수 있는 '전자적 증표'로 정의했다. 특히 거래소 내 비트코인이라도 '개인 키'를 통해 보유자가 사실상 통제권을 갖는다는 점을 명시하며, 이는 형사소송법상 압수 대상에 포함된다고 못 박았다. 결국 A씨의 주장을 기각한 원심의 판단에 문제가 없다고 최종 결론 내렸다.

이번 결정은 가상자산이 연루된 범죄 수사의 실무적 불확실성을 크게 해소할 전망이다. 법조계 한 관계자는 "수사기관이 거래소를 압수수색하여 범죄 관련 코인을 확보하는 과정의 적법성을 대법원이 명확히 인정한 것"이라며 "향후 유사 사건의 재판은 물론, 관련 입법 과정에서도 중요한 참고 선례가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기사 안민성 기자 anmin-sung@lifeandtoda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