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7년부터 건강검진 엑스레이, 50세 미만은 유료?

2025-12-31 16:00

 정부가 막대한 비용에도 불구하고 실효성이 낮다는 지적을 받아온 국가건강검진 흉부 방사선(엑스레이) 검사에 대해 대대적인 수술을 단행한다. 2027년부터 현재 20세 이상 모든 국민을 대상으로 시행되던 흉부 엑스레이 검사 연령 기준을 50세 이상으로 대폭 상향 조정하기로 결정한 것이다. 이는 특정 검진 항목의 비용 대비 효과성을 근거로 대상을 축소한 첫 사례로, 향후 국가건강검진 제도의 전반적인 개편을 알리는 신호탄으로 해석된다. 다만, 결핵 발병 위험이 높은 일부 직업군에 대해서는 20~49세 연령이라도 한시적으로 검사를 지원해 제도 변화에 따른 충격을 최소화할 방침이다.

 

정부가 이처럼 과감한 결정을 내린 배경에는 '낮은 효율성'과 '과도한 비용'이라는 두 가지 핵심 문제가 자리 잡고 있다. 흉부 엑스레이 검사의 주된 목적인 폐결핵 발견율은 전체 수검자 대비 0.04%에 불과해, 사실상 국가건강검진의 기본 원칙을 충족하지 못한다는 비판이 꾸준히 제기되어 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2023년에만 이 검사에 투입된 비용은 무려 1426억 원으로, 전체 국가건강검진 비용의 21%를 차지하는 기형적인 구조를 보여줬다. 여기에 더해, 건강검진 외에 일반 진료를 통해 흉부 엑스레이 검사를 받는 인원이 매년 약 900만 명에 달하는 등 중복 검사 문제까지 심각해 세금 낭비라는 지적을 피하기 어려웠다.

 


물론 이번 결정이 하루아침에 이루어진 것은 아니다. 보건복지부는 지난 12월 4일 열린 제2차 국가건강검진위원회에서 이미 흉부 방사선 검사 개선의 필요성에 대한 위원들의 전적인 동의를 얻은 바 있다. 다만 당시에는 구체적인 연령 기준과 고위험군의 포괄 범위 등에 대한 이견이 있어 추가적인 의견 수렴을 거치기로 했고, 이번 3차 위원회에서 최종 방안을 확정한 것이다. 정부는 확정된 방안을 2027년부터 시행하기 위해 약 1년의 준비 기간을 가질 계획이다. 이 기간 동안 고위험 직업군을 선별하기 위한 법적·제도적 근거를 마련하고, 새로운 검진 대상자 데이터를 구축하는 등 관련 시스템을 전면 개편해 혼란을 방지하겠다는 입장이다.

 

이번 흉부 엑스레이 검사 연령 조정은 국가건강검진 제도의 패러다임이 근본적으로 바뀌고 있음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사건이다. 이형훈 보건복지부 제2차관은 "비용 효과성에 입각해 최초로 국가건강검진 항목을 정비했다는 데 큰 의미가 있다"고 강조하며, 이번 결정을 시작으로 전체 검진 항목에 대한 대대적인 재평가를 예고했다. 앞으로 정부는 질병 구조의 변화와 의학적·과학적 근거를 종합적으로 검토해 효과가 낮은 기존 항목은 과감히 개편하고, 도입 필요성이 높은 신규 항목은 시범 운영을 거쳐 포함하는 등, 근거에 기반한 합리적인 검진 체계를 만들어 나가겠다는 확고한 의지를 밝혔다.

 

기사 최유찬 기자 yoochan2@lifeandtoda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