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는 1년간 무엇을 했나, 179명은 돌아오지 않았다
2025-12-29 17:45
12·29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1주기 추모식에서 유가족협의회 대표 김유진 씨의 비통한 목소리가 전남 무안국제공항에 울려 퍼졌다. 참사로 부모와 남동생을 한꺼번에 잃은 그는 "우리는 179명의 시신으로 첫 번째 장례를 치렀고, 179명의 시편(屍片·시체 조각)으로 두 번째 장례를 치렀다"고 절규하며 지난 1년간의 고통을 증언했다. 심지어 참사의 고통을 이기지 못하고 세상을 등진 또 다른 유가족 3명의 장례까지 치러야 했던 기막힌 현실을 토로하며, 유가족들이 원하는 것은 특별한 대우가 아닌, 은폐 없는 조사와 책임 있는 자세, 그리고 재발 방지를 위한 국가의 최소한의 의무를 다해달라는 것뿐이라고 피맺힌 심정으로 호소했다.이날 무안국제공항에서 거행된 추모식은 슬픔과 분노, 그리고 그리움으로 가득 찼다. 우원식 국회의장, 김민석 국무총리 등 정관계 주요 인사들과 1,200여 명의 추모객이 참석한 가운데, 이재명 대통령의 영상 추모사로 그 시작을 알렸다. 이어진 추모 영상에서는 희생자들이 탑승했던 제주항공 2216편이 방콕을 출발해 무안공항으로 무사히 귀환하는, 결코 현실이 되지 못한 장면이 상영되어 유가족들의 마음을 더욱 미어지게 했다. 추모 공연에서는 희생자 179명의 이름이 새겨진 비행기 탑승권이 바닥에 하나씩 놓일 때마다 장내는 유가족들의 참을 수 없는 통곡 소리로 가득 찼다. "사람의 생명은, 안전한 귀가에서 완성된다", "우리 모두는 집으로 안전하게 돌아올 권리가 있다" 등 티켓에 새겨진 절절한 문구들은 남겨진 이들의 찢어지는 마음을 대변했다.

참사로 아들을 잃은 손주택 씨는 "참사 당일, 아들이 돌아오면 무엇을 먹을까 아내와 딸이 의논하던 중 추락 소식을 들었던 순간이 아직도 생생하다"며 말을 잇지 못했다. 그는 "주위에서 '아직도 끝나지 않았냐'는 말을 들을 때마다 국민들이 이 참사에서 점점 멀어지고 있구나 하는 생각에 가슴이 미어진다"고 눈물을 삼켰다. 1년이라는 시간이 흘렀지만, 유가족들에게 참사는 여전히 현재진행형의 고통이며, 잊히는 것에 대한 두려움과 싸워야 하는 또 다른 상처임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그들은 여전히 그날의 진실을, 그리고 국가의 책임 있는 답변을 기다리고 있다.
기사 최유찬 기자 yoochan2@lifeandtoda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