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은 나가라" 美 생물보안법 통과되자 삼성이 한 일
2025-12-22 17:49
삼성바이오로직스가 미국 땅에 첫 생산거점을 확보하며 글로벌 바이오 공급망 재편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이번 결정은 미국이 '생물보안법'을 통해 중국 바이오 기업을 배제하는 흐름 속에서, 북미 시장의 지정학적 리스크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고 새로운 기회를 포착하려는 전략적 포석으로 풀이된다. 첨단 제조업의 자국 회귀를 유도하는 미국의 정책 기조 속에서 '미국 내 생산'이라는 옵션은 이제 글로벌 수주 경쟁의 핵심 변수로 떠올랐기 때문이다.삼성바이오로직스는 22일, 글로벌 제약사 글락소스미스클라인(GSK)과 미국 메릴랜드주 록빌에 위치한 바이오의약품 생산시설 인수 계약을 체결했다고 공식 발표했다. 인수 주체는 삼성바이오로직스의 미국 자회사이며, 인수 금액은 2억 8000만 달러, 우리 돈으로 약 4147억 원에 달한다. 인수 절차는 내년 1분기 내에 마무리될 예정이다. 이 생산시설은 총 6만 리터 규모의 원료의약품(DS) 생산이 가능한 두 개의 제조동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임상 단계부터 상업 생산까지 아우를 수 있는 인프라를 갖추고 있다. 삼성은 이번 인수를 통해 기존 계약을 승계해 안정적인 위탁생산(CMO) 물량을 확보하는 동시에, 숙련된 현지 인력 500여 명도 전원 고용 승계하여 운영 안정성을 꾀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의 발 빠른 행보는 최근 미국에서 통과된 '생물보안법'과 무관하지 않다. 이 법은 연방 정부의 지원을 받는 바이오 공급망에서 우시바이오로직스 등 중국의 주요 CDMO 기업을 사실상 배제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의약품 위탁생산 과정에서 세포주, 유전자 서열 등 핵심 기술 정보가 이전되는 것을 국가 안보 차원의 위협으로 간주한 것이다. 여기에 트럼프 행정부 시절부터 이어진 관세 리스크까지 고려하면, 글로벌 제약사들로서는 생산 거점을 미국 내로 옮기려는 유인이 커질 수밖에 없다. 존 림 삼성바이오로직스 대표는 "이번 인수는 미국 내 제조 역량 강화를 위한 전략적 결정"이라며 "안정적인 바이오의약품 공급을 통해 고객 지원을 강화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기사 안민성 기자 anmin-sung@lifeandtoda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