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년 만의 ‘엔 캐리 청산’ 공포…작년 ‘블랙 먼데이’ 악몽 재현될까
2025-12-18 17:29
오는 18일과 19일, 일본은행(BOJ)의 기준금리 결정 회의를 앞두고 전 세계 금융시장이 숨을 죽이고 있다. 시장에서는 일본이 드디어 마이너스 금리 시대를 끝내고 금리 인상에 나설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이러한 움직임이 과거 수십 년간 초저금리 환경 속에서 천문학적인 규모로 불어난 '엔 캐리 트레이드' 자금의 대규모 청산을 불러일으켜 글로벌 금융시장에 거대한 충격을 줄 수 있다는 경고와, 이미 예견된 수순인 만큼 그 파장이 제한적일 것이라는 의견이 팽팽하게 맞서고 있다. 소시에테제네랄의 한 전략가는 "일본은행의 긴축은 미국 연준의 정책 변화보다 주식 시장에 더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경고하며 시장의 불안감을 증폭시키고 있다.'엔 캐리 트레이드'란, 금리가 사실상 '제로'에 가까운 일본에서 엔화로 자금을 빌려 금리가 상대적으로 높은 미국과 같은 다른 나라의 자산에 투자해 금리 차익과 환차익을 노리는 투자 전략을 말한다. 1996년 이후 장기간 이어진 일본의 초저금리 기조는 엔화를 세계에서 가장 값싼 자금 조달 창구로 만들었고, 이를 활용한 엔 캐리 트레이드 자금은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그 정확한 규모는 파악하기 어렵지만, 전문가들은 적게는 수천억 달러에서 많게는 수조 달러에 이를 것으로 추정한다. 일본의 개인 해외 투자자인 이른바 '와타나베 부인'들의 누적 해외 투자액만 460조 엔에 달한다는 추산도 있을 정도다. 만약 일본은행이 금리를 인상하면, 엔화로 돈을 빌리는 비용이 증가해 캐리 트레이드의 매력이 급격히 떨어지게 되고, 투자자들은 해외 자산을 팔아 빌린 엔화를 갚기 위해 서두를 수밖에 없다.

이번에도 과거의 악몽이 재현될지를 두고 전문가들의 의견은 엇갈린다. 피델리티와 같은 글로벌 자산운용사는 일본 국채 금리 상승이 일본 투자자들에게 해외 자산을 팔고 자국으로 돌아올 강력한 유인을 제공한다며, 그 효과가 전 세계로 빠르게 번질 수 있다고 경고한다. 반면, 지난해와 같은 급격한 충격의 가능성은 낮다는 전망도 만만치 않다. 우에다 일본은행 총재가 시장과 충분히 사전 소통을 해왔고, 향후 금리 인상 역시 점진적으로 진행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또한 지난해에는 미국 경기 침체 우려 등 여러 악재가 겹친 특수한 상황이었다는 분석도 나온다. 한편, 엔화 가치 상승이 최근 달러당 1400원대 후반까지 치솟은 원화 가치를 안정시키는 데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기대감도 있지만, 현재의 고환율이 한국적인 특성에 기인한 측면이 커 효과가 제한적일 것이라는 신중론도 제기된다.
기사 전윤우 기자 jeonyoonwoo@lifeandtoda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