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서 못 해" vs "유감이다"…'대만 문제'로 유엔서 정면충돌한 中·日

2025-12-16 18:24

 평화를 논의하기 위해 모인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회의장이 순식간에 중국과 일본의 험악한 설전장으로 변질됐다. '평화를 위한 리더십'이라는 거창한 주제로 열린 회의에서, 양국 대표는 회의의 본래 목적과는 아무런 상관없는 서로를 향한 비난을 쏟아내며 팽팽한 신경전을 벌였다. 다른 국가들이 차기 유엔 사무총장 선출이나 유엔 개혁 등 의제에 집중하는 동안, 중일 양국만이 서로를 향해 날을 세우며 국제 외교 무대의 중심에서 정면으로 충돌하는 이례적인 모습을 연출했다.

 

이 모든 갈등의 불씨는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의 입에서 시작됐다. 그는 지난달 국회에서 "대만 유사시 중국이 해상 봉쇄에 나설 경우, 일본의 존립이 위협받는 '존립 위기 사태'가 될 수 있다"고 발언했다. 이는 일본이 직접 공격받지 않아도 동맹국을 돕기 위해 무력을 사용할 수 있는 '집단적 자위권' 행사의 요건에 해당될 수 있음을 시사한 것이다. 현직 일본 총리가 대만 문제를 자국의 존립과 직접 연결하며 군사 개입 가능성을 공식적으로 언급한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이는 '하나의 중국' 원칙을 내세우는 중국의 역린을 제대로 건드린 셈이 됐다.

 


유엔 회의장에서 먼저 포문을 연 것은 중국이었다. 푸충 유엔 주재 중국 대사는 작심한 듯 다카이치 총리의 발언을 "시대에 역행하는 용서할 수 없는 발언"이라 규정하고 즉각적인 철회를 요구했다. 그는 "80년 전 일본 군국주의자들이 방위를 핑계로 침략을 개시해 아시아에 대참사를 초래했다"며 과거사를 소환했고, "군국주의나 파시즘의 부활을 허용해선 안 된다"며 날 선 비판을 이어갔다. 이에 야마자키 가즈유키 일본 대사는 의제에 맞지 않는 "부적절한" 비판이라며 불쾌감을 드러내고 "유감"이라고 맞받아쳤다. 양측의 감정싸움은 격화돼 회의 종료 직전 서로 발언 기회를 추가로 요구해 비난을 이어갈 정도였다.

 

유엔에서의 공개적인 충돌은 중국이 진행 중인 대일 압박의 연장선에 있다. 중국은 다카이치 총리의 발언 이후 일본 여행 자제령을 내리고 일본산 수산물 수입 금지를 재개하는 등 실질적인 보복 조치에 착수했다. 또한, 유엔 사무총장에게 총리의 발언을 문제 삼는 서한을 두 차례나 보내는 등 외교적 공세의 수위도 함께 높여왔다. 총리의 말 한마디에서 시작된 갈등이 단순한 외교적 마찰을 넘어 경제 보복과 국제 무대에서의 정면충돌로까지 번지면서, 양국 관계는 걷잡을 수 없이 악화일로를 걷고 있다.

 

기사 전윤우 기자 jeonyoonwoo@lifeandtoda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