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원 모텔 3명 사망 비극, 시작은 '랜선 만남'이었다
2025-12-04 18:00
경남 창원의 한 모텔에서 10대들이 흉기에 희생된 비극적인 사건의 전말이 드러나면서, 청소년들의 무분별한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사용에 대한 경고음이 커지고 있다. 이번 사건의 피의자와 피해자가 아무런 현실적 접점 없이 오직 SNS를 통해 처음 연결된 것으로 확인되면서, 익명성에 기댄 온라인 만남이 얼마나 끔찍한 범죄로 이어질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극단적인 사례가 되었기 때문이다. 사실상 아무런 안전장치 없이 청소년들이 범죄에 노출되는 현실을 더는 방치해서는 안 되며, 특단의 규제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지난 3일 창원시 마산회원구의 한 모텔에서 벌어진 흉기 난동 사건은 사회에 큰 충격을 안겼다. 피의자인 20대 A씨는 SNS 오픈채팅방을 통해 알게 된 10대 B양에게 호감을 표시하며 수차례 연락을 시도했으나, 자신의 마음대로 되지 않자 끔찍한 범행을 계획했다. 사건 당일 B양에게 남자친구가 있다는 사실을 전해 듣고 격분한 A씨는 마트에서 미리 흉기를 구입한 뒤, 모텔 앞에서 B양과 그의 친구들을 만나 객실로 올라가 참극을 벌였다. 이 사건으로 B양을 포함한 10대 3명이 숨졌고, 범행을 저지른 A씨 역시 모텔에서 뛰어내려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일면식도 없던 이들을 죽음으로 몰고 간 비극의 시작점은 결국 ‘오픈채팅방’이라는 가상의 공간이었던 셈이다.

문제는 이러한 범죄의 온상이 되는 플랫폼들이 별다른 신원 확인 절차 없이 누구나 익명으로 소통할 수 있도록 열려 있다는 점이다. 공통의 관심사를 가진 사람들끼리 정보를 교환하고 친목을 도모하는 순기능도 있지만, 사회적 경험이 부족하고 판단력이 미숙한 10대 청소년들에게는 잠재적 범죄자들과 무방비로 연결되는 통로가 될 수 있다. 실제로 국내 주요 메신저 앱에 접속해 보면, 자신을 제대로 소개하지도 않은 익명의 사용자가 ‘10대 여자친구 구해요’와 같은 제목의 채팅방을 다수 개설해 놓은 것을 쉽게 발견할 수 있다. 이에 대해 전문가는 청소년을 보호하기 위한 최소한의 안전장치 마련이 시급하다고 지적한다. 김도우 경남대학교 경찰학과 교수는 “과거 PC방 등이 성인 일탈자와 청소년이 만나는 매개 장소였다면, 이제는 SNS가 그 역할을 완전히 대체하고 있다”며, “(서비스 제공자가 신원 확인 절차 등을 통해) 청소년들끼리만 오픈채팅방을 이용하도록 하거나, 극단적인 경우 청소년 유해매체로 지정해 전면 금지하는 등의 규제 방안을 심각하게 고려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기사 최유찬 기자 yoochan2@lifeandtoda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