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토벤은 싫다” 콩쿠르 휩쓴 천재들, 데뷔 앨범에 ‘아무도 모르는 노래’ 담은 진짜 이유
2025-11-25 18:27
결성 5년 만에 세계 유수의 콩쿠르를 석권하며 K-클래식의 새로운 역사를 쓰고 있는 아레테 콰르텟이 데뷔 앨범을 발매했다. 놀랍게도 이들은 베토벤이나 모차르트 같은 정통 레퍼토리가 아닌, 상대적으로 덜 알려진 체코 작곡가 야나체크와 수크의 작품을 선택했다. 첼리스트 박성현은 “전통적인 곡으로 비교 평가를 받기보다, 우리만의 소리와 스토리텔링에 집중하고 싶었다”고 그 이유를 밝혔다. 이들의 과감한 행보는 세계적인 온라인 음원 플랫폼 플래툰(Platoon)과의 계약으로 이어졌다. 지휘자 구스타보 두다멜, 로스앤젤레스 필하모닉 등이 소속된 이곳과 계약한 국내 클래식 아티스트는 서울시향과 아레테 콰르텟 단 두 팀뿐으로, 이들의 국제적 위상을 실감하게 한다.이번 앨범의 중심에는 2021년 이들에게 ‘한국인 최초 우승’이라는 영예를 안겨준 프라하의 봄 국제 음악 콩쿠르가 있다. 당시 결선에서 연주해 우승을 확정 지었던 야나체크 현악사중주 1번 ‘크로이처 소나타’를 첫 앨범에 담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수순이었다. 리더인 바이올리니스트 전채안은 “우승을 안겨준 곡을 첫 앨범에 담겠다고 그때부터 생각했다”며 운명적인 선택이었음을 암시했다. 이들은 여기에 야나체크 현악사중주 2번 ‘비밀편지’와 체코 민족주의 정서를 대표하는 수크의 ‘성 바츨라프에 의한 명상곡’을 더해 앨범의 서사를 완성했다. 익숙한 길을 버리고 자신들에게 가장 의미 있는 이야기로 첫발을 내디딘 것이다.

이처럼 뜨거운 감정의 진폭을 담아내기 위한 과정은 순탄치 않았다. 지난해 12월, 녹음이 진행된 아트센터는 잡음을 막기 위해 난방 시설을 가동할 수 없어 혹독한 추위와 싸워야 했다. 같은 부분을 수없이 반복하며 감정선을 동일하게 유지하는 것은 체력적으로도 큰 도전이었다. 하지만 이들은 금호아트홀 상주음악가이자 ‘국가대표’라는 책임감으로 이 모든 과정을 이겨냈다. 창단 6년 차를 맞아 음악 외적인 소통과 존중의 중요성을 깨달았다는 이들은, 오는 27일 김해를 시작으로 예술의전당, 통영국제음악당에서 앨범 발매 기념 연주회를 열고 관객들과 직접 만날 예정이다.
기사 오진우 기자 ohwoo65@lifeandtoda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