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부가 한국 금융시장의 숙원 과제인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선진시장 지수 편입을 위해 외환시장의 빗장을 완전히 푸는 승부수를 띄웠다. 기획재정부는 26일 미국 뉴욕에서 열린 '대한민국 투자 서밋'을 계기로 국내 외환시장의 거래 시간을 24시간으로 전면 확대하고, 해외에서도 원화 결제가 자유롭게 이루어질 수 있는 역외 원화결제 시스템을 구축하는 혁신 방안을 공식화했다. 이는 그동안 해외 투자자들이 한국 시장에 접근하는 데 가장 큰 걸림돌로 지적해 온 외환 거래의 시간적·물리적 제약을 한꺼번에 해소하겠다는 강력한 의지의 표명이다. 현재 외환시장은 새벽 2시까지 연장 운영되며 유럽 투자자들의 편의는 일부 개선됐으나, 정작 세계 금융의 중심인 미국 시장의 거래 시간에는 문을 닫아 '반쪽짜리'라는 비판을 받아왔다. 24시간 거래가 현실화되면 런던, 뉴욕 등 전 세계 어느 곳에서든 투자자들이 한국 시장의 거래 공백 없이 원화를 자유롭게 환전하고 투자할 수 있는 길이 열리게 된다. 이재명 대통령 역시 이번 투자 서밋에서 연내 MSCI 선진시장 편입을 위한 종합 로드맵을 발표하겠다고 직접 밝히며, 정부 차원의 총력 지원을 약속했다.

이번 외환시장 선진화 방안의 또 다른 핵심 축은 '역외 원화결제 시스템'의 도입이다. 이는 외국 금융기관이 국내에 직접 원화 계좌를 개설하고, 이를 통해 해외에서 투자자들끼리 자유롭게 원화를 거래하고 보유하며 자금을 조달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파격적인 조치다. 가칭 '역외 원화결제 기관' 제도를 통해 사실상 해외에 원화 거래 시장을 만드는 것으로, 원화의 국제적 위상을 한 단계 끌어올리는 동시에 외국인 투자자들의 환전 비용과 절차를 획기적으로 줄여줄 것으로 기대된다. 정부는 이러한 혁신 의지를 관철하기 위해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구윤철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뉴욕 현지에서 MSCI의 헨리 페르난데즈 회장과 직접 만나 정부의 강력한 정책 추진 현황을 설명하고 지수 편입에 대한 협조를 구했다. 수십 년간 선진시장 문턱에서 번번이 고배를 마셨던 한국 경제가 고질적인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해소하고 진정한 금융 선진국으로 도약하기 위해, 외환시장의 근본적인 틀을 바꾸는 역사적인 도전에 나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