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 오는데 "제발 경기하게 해주세요"?…1위 노리는 한화가 하늘만 쳐다보는 소름 돋는 이유
2025-09-12 18:02
상황은 그야말로 극적이다. 한화는 지난 9일과 10일, 사직 원정에서 롯데 자이언츠를 상대로 각각 9-1, 13-0이라는 압도적인 스코어로 연승을 거두며 팀의 사기를 하늘 끝까지 끌어올렸다. 마운드와 타선의 완벽한 조화는 흡사 가을의 기적을 예고하는 듯했다. 공교롭게도 같은 날, 선두를 달리던 LG가 KT에 뼈아픈 역전패를 당하면서 두 팀의 승차는 불과 3.5경기까지 좁혀졌다. 9월 들어 5승 1패의 가파른 상승 곡선을 그리는 한화와, 3승 3패로 주춤하는 LG의 상반된 흐름은 '이대로 끝날 순 없다'는 한화 팬들의 희망에 불을 지폈다.
이 절호의 기회에 한화는 12일, 홈인 대전 한화생명볼파크로 '최고의 먹잇감' 키움 히어로즈를 불러들였다. 한화는 올 시즌 키움을 상대로 12승 1패라는, 거의 천적에 가까운 압도적 우위를 점하고 있다. 연승의 기세를 이어가고 LG와의 격차를 더욱 좁히기 위한 최고의 대진인 셈이다. 심지어 이날 선발 투수로는 팀의 '에이스' 코디 폰세가 예고되어, 그야말로 승리를 위해 모든 판이 깔린 듯 보였다.
문제는 '만약'이다. 만약 이 경기가 비로 인해 취소된다면, 한화는 그야말로 '최악의 시나리오'를 마주하게 된다. 규정에 따라 경기는 예비일인 15일 월요일에 재편성되는데, 이렇게 되면 한화는 주말 키움과의 3연전이 월요일까지 이어지고, 곧바로 광주 KIA 원정(16~18일), 수원 KT 원정(19~20일)으로 이어지는 '지옥의 8연전'을 치러야 한다.
이는 단순히 체력적인 부담을 넘어, 1위 추격의 가장 중요한 동력인 '선발 로테이션'의 붕괴로 이어질 수 있는 치명적인 변수다. 8연전을 소화하려면 에이스 폰세를 무리하게 4일 휴식 후 등판시키거나, 계산이 서지 않는 대체 선발 카드를 꺼내 들어야 하는 상황에 내몰린다. 잘 맞춰 돌아가던 톱니바퀴가 단 한 번의 우천 취소로 인해 완전히 꼬여버릴 수 있는 것이다.
한화에게 오늘 경기는 단순한 1승 그 이상이다. 상승세를 타고 1위와의 격차를 좁힐 절호의 기회이자, '지옥의 8연전'이라는 덫을 피할 유일한 방법이다. 그렇기에 한화 선수단과 팬들은 비에 젖은 그라운드를 바라보며, 야속한 하늘을 향해 "제발 경기를 하게 해달라"고 간절히 외치고 있다.
기사 홍준영 기자 honghong88@lifeandtoda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