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토라인에 선 김건희 “심려 끼쳐 죄송".. 특검 오후 조사 시작
2025-08-06 14:41
김 여사의 이름은 이미 1·2심 판결문에 수십 차례 등장했다. 1심 판결문에 따르면 김 여사는 지난 2008년 12월경부터 도이치모터스 주식을 보유하고 있었으며, 2010년 1월 권오수 전 도이치모터스 회장으로부터 주가조작 1차 작전에 관여한 것으로 알려진 이정필 씨를 소개받고 증권계좌 매매를 위탁했다. 김 여사 명의로 개설된 대신증권, 미래에셋증권, DS투자증권 등 3개 계좌는 시세조종에 직접 사용된 것으로 판시됐다. 특히 '7초 매도'로 불리는 정황은 주가조작 개입 의혹을 구체적으로 뒷받침하는 증거로 지목돼 왔다.
2010년 11월 1일 당시 '2차 작전' 주포 김모 씨는 블랙펄인베스트 전직 임원 민모 씨에게 “12시에 3300에 8만 개 때려달라”는 문자를 보냈고, 민씨가 “준비시키겠다”고 답한 뒤 약 7초 후 김 여사 명의 계좌에서 정확히 그 조건에 맞는 매도 주문이 실행됐다. 2심 판결문에는 김 여사가 이와 관련해 증권사 직원과 통화한 녹취까지 담겨 있다. 해당 직원이 “8만 주 다 매도됐습니다”라고 말하자, 김 여사는 “아, 예 알겠습니다”라고 답한 것으로 나타났다.
2심 재판부는 이 녹취록 등을 바탕으로 김 여사 계좌가 주가조작에 이용됐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김 여사가 직접 시세조종 행위에 가담했는지에 대한 명확한 판단은 내리지 않았다. 이후 서울중앙지검은 2심 선고 약 한 달 뒤인 지난해 10월 김 여사에 대해 불기소 처분을 내렸다. 검찰은 공모 또는 방조로 보기 어렵다는 입장이었다. 그러나 이 같은 결정은 부실 수사 논란을 일으켰고, 정치권의 강력한 항의와 항고 제기로 인해 재수사론이 불붙었다. 당시 수사라인에 있던 검사 4명은 헌법재판소 탄핵 심판대에 서기도 했다.
윤 전 대통령의 파면 이후인 올해 4월, 서울고검은 본 사건에 대해 직접 재수사에 착수했다. 같은 달 대법원이 권 전 회장 등 주범들의 상고를 기각하며, 징역형과 벌금형을 확정했다. 권 전 회장은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징역 3년, 집행유예 4년, 벌금 5억 원을 선고받았다. 주가조작은 2009년 12월부터 약 3년간 이뤄졌으며, 도이치모터스의 주가를 인위적으로 부양하기 위해 '주가조작 선수', 전·현직 증권사 관계자들과 공모한 정황이 확인됐다.
재수사 과정에서 검찰은 김 여사와 증권사 직원 간의 통화 녹음 파일을 다수 확보했다. 그 중에는 김 여사가 블랙펄인베스트 측과 수익률 40%를 배분하기로 언급한 내용, 수익 배분 문제를 두고 이견을 보인 정황 등도 포함돼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서울고검이 요구한 김 여사에 대한 소환조사는 성사되지 않았고, 결국 사건은 특검에 넘겨졌다.
특검은 김 여사 계좌를 관리했던 것으로 지목된 이종호 전 대표를 지난달 3차례 소환조사했고, 윤 전 대통령 부부에게 감형 청탁을 했다는 혐의(변호사법 위반)로 구속했다. 이 전 대표는 이 사건의 실질적 '계좌 관리자'로, 김 여사의 도이치모터스 관련 계좌 운영과 직접 연결된 핵심 인물이다. 특검은 지난 3일 권오수 전 회장을 소환한 데 이어, ‘7초 매도’와 관련된 핵심 인물들에 대해서도 최근 추가 소환 조사를 진행했다.
이번 김 여사 소환은 특검 수사의 중대한 분기점으로, 향후 김 여사에 대한 기소 여부는 여론뿐 아니라 정치권 전반에도 큰 파장을 미칠 전망이다. 김 여사가 주가조작 사실을 사전에 알고 계좌를 제공하거나 수익을 공유한 정황이 입증된다면, 특검은 검찰의 기존 불기소 처분을 뒤집고 기소로 나아갈 수 있는 근거를 확보하게 된다.
기사 최유찬 기자 yoochan2@lifeandtoda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