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올림픽의 흑역사? '쓰는 양산'이 폭염에 팔려나가는 기적
2025-07-29 10:12
하지만 불과 몇 년 만에 상황은 180도 달라졌다. 기록적인 폭염이 일상화되면서, 과거 '촌스러움'의 상징이었던 삿갓형 양산이 이제는 '실용성'의 아이콘으로 재평가받고 있다. 그 시작은 한 초등학생의 등굣길 사진이었다. 머리에 삿갓형 양산을 쓴 채 등교하는 뒷모습이 담긴 사진은 SNS에서 2500만 회가 넘는 조회수를 기록하며 폭발적인 반응을 불러일으켰다. "머리 쪽 바람이 잘 통해 시원했다"는 아이의 천진난만한 소감은, 디자인보다 기능이 우선시되는 새로운 시대의 도래를 알리는 신호탄처럼 보였다.
이러한 변화의 바람은 아웃도어 브랜드 몽벨의 '엄브렐로' 시리즈 완판 사태로 이어졌다. 2017년 출시된 이 제품은 정수리를 넓게 덮으면서도 통풍이 잘 되는 구조로, '필드 엄브렐로'는 7월 초 이미 품절되어 가을에나 재입고될 예정이다. 몽벨 관계자는 "햇볕을 가리면서 양손을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다는 점"을 인기 요인으로 꼽았다. 이는 과거 손에 드는 양산의 '번거로움'과 모자의 '통풍 한계'를 동시에 해결하는 '쓰는 양산'의 독보적인 강점을 보여준다.
이제는 한때 조롱의 대상이었던 도쿄도의 삿갓형 양산마저 "무시할 수 없는 시대가 왔다", "사실 엄청 유능한 물건 아니냐"는 재평가를 받고 있다. 도쿄도는 여전히 해당 양산을 판매하지 않고 자원봉사자들에게 무상 제공하고 있지만, 그 존재 자체만으로도 '시대를 앞서간 아이템'이라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
기후 변화로 인한 폭염이 일상화되면서, 우리는 더 이상 아름다움만을 쫓을 수 없게 되었다. 삿갓형 양산의 화려한 부활은, 불편하고 낯설게 느껴졌던 것이 생존을 위한 필수품으로 자리 잡는 '역설의 시대'를 상징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이제 우리는 '예쁜 것'이 아니라 '살아남는 것'을 선택해야 하는 기로에 서 있는지도 모른다.
기사 전윤우 기자 jeonyoonwoo@lifeandtoda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