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출 문의 폭주 중! 집값 오르니 당국도 초긴장
2025-06-16 15:28
금융권에 따르면 5대 은행(국민·신한·하나·우리·농협)의 6월 12일 기준 가계대출 잔액은 750조792억원으로, 5월 말(748조812억원) 대비 약 2조원 가까이 늘었다. 이들 은행의 가계대출은 지난해 8월 9조6천억원으로 역대 최대치를 기록한 뒤 금융당국의 대출 관리 강화로 9월부터 줄어들었으나, 올해 2월 이후 다시 증가세로 전환해 5월에는 한 달간 4조9천억원 넘게 불어났다. 특히 이달 1일 평균 가계대출 증가액은 1천665억원에 달해, 작년 9월 이후 8개월 만에 월간 최대 증가 폭을 갱신했다.
주택담보대출 잔액도 5월 말 593조6천억원에서 12일 기준 595조1천억원으로 약 1조5천억원 증가했다. 신용대출 역시 103조3천억원에서 103조9천억원으로 6천억원 넘게 늘어 하루 평균 증가액도 5월 대비 거의 두 배에 달하는 500억원에 이르렀다.
특히 주택담보대출 중 신규 취급액이 가계의 ‘영끌’ 움직임을 직접 반영하는 핵심 지표로 주목받고 있다. 이달 들어 5대 은행에서 집 구입 목적의 신규 주택담보대출은 3조114억원으로 집계됐다. 하루 평균 2천510억원 규모로 5월(2천318억원)을 넘어섰으며, 지난해 5~6월 수준과 근접한 수치다.
흥미로운 점은 신규 주택담보대출에서 정책대출 비중이 급감했다는 것이다. 이달 들어 신규 주담대 가운데 정책대출 비중은 28%로, 지난해 말 56%에서 절반 수준으로 떨어졌다. 이는 정책대출이 주로 9억원 이하 주택에 적용되는 점을 고려하면, 9억원을 넘는 고가 주택 대상 은행 자체 재원 주담대가 빠르게 늘고 있음을 의미한다.
이러한 대출 급증은 부동산 투자뿐 아니라 주식시장 등 자산 투자로 자금이 흘러들어가고 있음을 시사한다. 5대 은행의 개인 신용대출 잔액은 103조9천억원으로, 지난해 11월 이후 최대치다. 일반 신용대출(마이너스통장 제외)도 1년 2개월 만에 최대 규모를 기록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증시 주변 자금의 척도인 투자자예탁금도 3년 2개월 만에 최대치인 62조9천억원에 달한다.
대출 신청과 접수 현황도 대출 증가 추세를 뒷받침한다. 주요 은행 A사에서는 올해 1월 4천888건, 1조1천581억원이던 주택담보대출 신청 건수와 금액이 5월에는 각각 7천495건, 1조7천830억원으로 약 1.5배 증가했다. 6월 12일까지도 이미 4천281건, 8천261억원이 신청돼 지난달 규모의 절반 이상을 넘어섰다. 다른 은행 B사도 1월 1조3천120억원에서 5월 1조8천300억원으로 신청 금액이 크게 증가했다. 특히 자체 재원 주담대 신청액은 같은 기간 7천50억원에서 1조3천70억원으로 거의 두 배로 늘었다. C은행은 지난달 비대면 채널에서만 5천여 건의 주담대 접수가 이뤄져 월 평균의 2.8배에 달하는 수치를 기록했다.
대출 집행까지는 통상 1~3개월의 시차가 발생한다. 은행 영업점 창구는 최근 주택 구입 문의와 대출 상담으로 붐비고 있다. 서울 광화문 인근 은행 관계자는 “대출 상담 대기 시간이 길어지고, 아파트 구입 가능 여부를 묻는 고객이 크게 늘었다”고 전했다. 여의도 지점 관계자도 “3단계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규제 시행 전 미리 대출을 신청하려는 고객과 하반기 주택 구입을 고민하는 사람이 많다”며 “금리 인하와 집값 상승 기대가 매우 큰 상태”라고 말했다.
한국은행 관계자는 최근 브리핑에서 “6월은 분기 말 매·상각으로 가계대출 수치가 다소 낮게 나올 수 있지만, 5월 주택거래량 추세를 감안하면 7~8월까지는 대출 증가세가 이어질 전망”이라고 내다봤다.
요약하면, 금리 인하와 새 정부 출범 기대감이 결합해 고가 주택 중심의 주택담보대출 증가를 견인하고 있으며, 자산시장 투자 수요가 신용대출을 통해 확산되고 있다. 대출 신청과 접수 증가로 볼 때 하반기까지 영끌 대출 열풍이 지속될 가능성이 크며, 정부와 금융당국은 이 같은 추세에 대해 면밀히 주시하고 있다.
기사 안민성 기자 anmin-sung@lifeandtoda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