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닭값 내기' 고스톱 무죄, 법원 '일시적 오락' 판단
2025-06-16 15:28
전주지방법원 제2형사부(재판장 김도형 부장판사)는 도박 혐의로 기소된 A씨(69)의 항소심 선고 공판에서 검사의 항소를 기각하고 1심에서 내려진 무죄 판결을 그대로 유지했다고 16일 밝혔다. 이로써 A씨는 약 1년여에 걸친 법적 공방 끝에 형사적 책임을 면하게 됐다.
검찰에 따르면 A씨는 지난해 4월 13일 전북 군산시의 한 아파트에서 이웃 주민 3명과 함께 판돈을 걸고 고스톱을 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당시 경찰은 제보를 받고 현장을 급습해 고스톱을 치고 있던 이들을 적발했고, 이 과정에서 A씨가 도박을 했다고 판단한 검찰은 형법상 도박 혐의로 그를 기소했다.
그러나 이 사건은 단순한 도박죄 적용이 쉽지 않은 사안이었다. 쟁점은 A씨의 고스톱 행위가 실질적으로 도박에 해당하는지, 아니면 친목과 오락 차원의 행위였는지에 있었다. 재판에서는 도박에 해당하기 위한 요소인 경제적 이득의 규모, 반복성, 도박 수단의 구조 등이 집중적으로 다뤄졌다.
재판부가 주목한 것은 당시 고스톱 판의 구조와 참가자들 간의 약속이었다. 적용된 고스톱 규칙은 일반적인 3점 선취 방식으로, 한 사람이 먼저 3점을 내면 승리하고 이후 점수에 따라 승패가 결정되는 구조였다. 하지만 실제 판돈 규모는 크지 않았다. 전체 판돈은 10만8,400원이었고, 점수당 금액은 100원으로 정해져 있었다. 이로 인해 한 판에서 얻을 수 있는 실질적인 경제적 이득은 극히 제한적이었다.
더불어 고스톱 참가자들은 ‘이긴 사람은 딴 돈 일부로 맥주나 통닭을 사야 한다’는 약속을 했고, 이로 인해 승자가 모든 판돈을 가져가는 구조도 아니었다. 게임은 약 15분간 진행됐으며, 그 사이 큰 액수의 금전이 오간 정황도 없었다.
1심 재판부는 이러한 사정을 종합해 A씨의 행위를 단순 오락 행위로 판단, 무죄를 선고했다. 그러나 검찰은 이에 불복하고 항소했다. 검찰은 A씨가 과거 도박 전과가 있으며, 이번 고스톱 역시 경찰 단속으로 중단된 점 등을 들어 도박의 반복성과 고의성이 존재한다고 주장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이 같은 검찰 측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피고인을 포함한 고스톱 참여자들이 소지한 현금은 각자의 경제적 사정을 고려했을 때 과도한 수준으로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이어 “설령 피고인이 과거 도박 전력이 있고, 유사한 행위를 반복했다 하더라도, 이번에 실제 오간 금액은 그 범위를 벗어나지 않았다”며 도박죄 성립 요건을 충족하지 못한다고 봤다.
또한 재판부는 “검사가 주장하는 것처럼 원심이 사실을 잘못 인식하거나 법리를 오해했다고 보기 어렵다”며 “1심 판단은 충분한 증거와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합리적인 결론”이라고 판시했다. 결국 검사의 항소는 기각됐고, A씨의 무죄는 항소심에서도 그대로 확정됐다.
이 사건은 사행성과 친목 오락 사이의 경계를 다시 한번 법적으로 짚은 사례로 평가된다. 단순히 판돈이 오갔다는 사실만으로 도박죄가 성립하는 것이 아니라, 그 행위의 구조와 경제적 실질, 반복성과 고의성 등 다양한 요소가 종합적으로 고려되어야 한다는 점을 보여준 판결이다. A씨는 항소심 재판부의 판단으로 인해 형사처벌을 면했지만, 도박과 오락의 경계에 대한 사회적 논의는 앞으로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기사 최유찬 기자 yoochan2@lifeandtoda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