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제품까지 타깃 된 美 관세, 韓 가전업계 생존 위기

2025-06-13 15:06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냉장고와 세탁기 등 가전제품에 사용되는 철강에도 관세를 부과하고, 현재 25%인 수입산 자동차 관세도 추가 인상할 가능성을 공식화하면서 국내 산업계가 큰 충격과 우려에 빠졌다. 이미 기존 관세로 인해 대미 수출이 크게 위축된 가운데, 추가 관세 부과가 현실화되면 국내 기업들의 대미 무역이 사실상 정상적으로 이루어지기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업계 전반에 퍼지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가 13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 5월 1일부터 25일까지의 대미 수출액은 약 71억5400만 달러(약 9조7800억 원)로, 전년 동기 대비 13.9% 감소했다. 품목별로 보면, 이미 관세가 부과된 자동차와 철강 수출에 타격이 가장 크게 나타났다. 5월 자동차 대미 수출액은 18억4000만 달러로, 전년 대비 무려 32% 급감했다. 철강 역시 20.6% 줄었으며, 반도체(-17.6%), 일반기계(-5.6%) 등 주요 품목들의 수출도 감소세를 면치 못했다.

 

특히 미국의 가전제품 관련 철강 관세 부과 예고에 따라 삼성전자와 LG전자 등 국내 가전업체들은 피해 최소화를 위해 긴급 대응책 마련에 착수했다. 삼성전자는 미국 사우스캐롤라이나 공장에서 세탁기를 생산 중이며, 철강 원자재를 현지 조달과 한국 등 해외 수입으로 나누어 사용하고 있다. 관세 인상 시 현지 조달 비중이 크게 늘어날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LG전자는 테네시주 공장에서 연간 세탁기 120만 대, 건조기 60만 대, 워시타워 35만 대를 생산한다. LG전자 역시 베트남, 인도네시아, 폴란드 등 해외 생산 확대 계획을 보류하고 북미 생산량 증대 방안을 검토 중이다. 조주완 LG전자 CEO는 최근 “관세 인상 폭이 감내할 수 없는 수준에 이를 경우 미국향 가전제품 가격 인상도 불가피하다”고 언급했다. 업계 관계자는 “관세 영향이 장기화되면 생산 기지 재조정과 가격 인상이 불가피해지며, 이에 따른 손실 발생도 예상된다”고 전했다.

 

 

 

자동차 업계도 이미 누적된 관세 충격에 더해 추가 관세 부과 가능성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추가 관세가 시행되면 미국 내 판매가격 인상은 불가피하다는 전망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7월부터 비관세 재고가 소진되면 현지 가격 인상을 하지 않고 버티기 어려워진다”며 “현재 25% 관세에도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이 상당한 압박을 받고 있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시장조사업체 콕스 오토모티브에 따르면, 지난달 미국 신차 권장소비자가격 평균은 5만968달러로 전년 대비 2.1% 상승했다. 최근 BMW, 메르세데스 벤츠, 볼보 등 프리미엄 브랜드가 가격 인상을 단행했으며, 가격 동결 정책을 유지해온 현대자동차그룹도 가격 조정에 대해 고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는 이날 가전 업계와 긴급 간담회를 열어 상황을 점검하고 대응책을 모색할 예정이다. 또한 추가 관세 부과 가능성을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며, 대미 관세 협상을 더욱 강화해 ‘일체의 관세 면제 및 예외 조치’를 강력히 요구할 방침이다. 통상 당국 관계자는 “업계와 긴밀히 소통하며 상황을 공유하고 의견을 수렴할 계획”이라며 “철강 파생상품에 대한 관세는 물론, 기존에 추진해온 관세 부과 면제 및 예외 조치 요구 입장에는 변함이 없다”고 강조했다.

 

이처럼 미국의 관세 확대 움직임이 현실화되면서 국내 산업계는 수출 감소와 가격 인상, 생산 조정 등 다각적인 충격에 대비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했다. 정부와 기업이 긴밀히 협력해 대미 협상을 강화하고 국내 산업 경쟁력을 지켜내는 것이 시급한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기사 안민성 기자 anmin-sung@lifeandtoda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