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K의 파격 선언, "모든 권리 내려놓을 것"..2.5조 ‘무상 소각’
2025-06-13 15:08
MBK는 입장문에서 “지난 3월 4일 홈플러스가 기업회생절차를 신청함에 따라 임직원과 여러 이해관계자들에게 심려를 끼친 점 진심으로 사과한다”고 밝혔다. 이어 “홈플러스는 국내 대형마트 업계 2위 사업자로, 총 자산이 6조 8000억 원에 이르고 부채는 약 2조 9000억 원에 달한다”면서도 “오프라인 유통업의 부진,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실적 악화, 그리고 이커머스 시장으로의 급속한 재편이라는 대내외 환경 변화로 인해 경영상의 어려움을 겪어왔다”고 설명했다. 특히 올해 2월 말에는 홈플러스 단기 신용등급이 하락해 금융시장 접근성이 크게 악화됐고, 이에 따른 단기 자금 유동성 위기가 우려돼 회생절차 신청이라는 최종 선택을 했다는 점도 강조했다.
이 같은 상황을 배경으로 서울회생법원에 선임된 삼일회계법인은 지난 12일 제출한 조사보고서에서 홈플러스의 재무 상태를 정밀 분석한 결과를 내놓았다. 조사보고서에 따르면 홈플러스의 청산가치는 약 3조 7000억 원으로 산출되었으나, 계속기업가치는 2조 5000억 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청산가치가 계속기업가치보다 1조 2000억 원 이상 높다는 의미로, 통상적인 기업회생 절차에서는 청산가치가 우월할 경우 회생 절차를 폐지하고 청산으로 전환하는 게 원칙이다. 그러나 홈플러스는 청산 대신 ‘인가 전 M&A’ 방식을 택해 신규 투자자를 찾아 추가 자금을 유입시켜 회생 가능성을 높이려는 전략을 추진 중이다.
MBK가 강조한 ‘인가 전 M&A’는 일반적인 M&A와는 구조적으로 다르다. 일반적으로 M&A는 기존 주주가 보유한 구주를 인수자에게 매각하는 방식이나, 인가 전 M&A는 법원의 회생계획 인가를 받기 전에 신주를 발행해 신규 투자자를 대주주로 맞이하는 방식이다. 이 과정에서 MBK가 보유한 기존 주식은 모두 무상 소각되며, MBK는 경영권뿐 아니라 주주로서의 모든 권리를 내려놓고 신규 인수자가 홈플러스 경영권을 확보하도록 한다. MBK는 “아무런 대가 없이 새로운 매수자의 홈플러스 인수 지원을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인가 전 M&A가 성공적으로 완료되면, 홈플러스는 인수자로부터 유입된 신규 자본을 바탕으로 회생채권 변제에 나서고, 부채를 크게 줄인 상태에서 정상 기업으로서의 운영을 재개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MBK는 이를 통해 기존 주주와 분리된 경영 체제가 확립되고, 회사가 정상 궤도로 복귀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와 유사한 인가 전 M&A 성공 사례로는 대한통운, 팬오션, 대한해운, 쌍용자동차, 이스타항공, 팬택 등이 있으며, MBK는 이 같은 선례들을 거론하며 이번 홈플러스 회생 전략의 타당성을 강조했다.
MBK는 이번 절차가 성공적으로 진행될 수 있도록 채권자, 노동조합, 정부 당국, 언론 등 관련 이해관계자들의 협조와 이해를 간절히 요청했다. MBK는 “홈플러스가 기존 대주주와 별개로 정상기업으로 운영될 수 있도록 모든 노력을 다할 것”이라며, “이번 사태로 심려를 끼친 점 다시 한 번 사과드리며 향후 안정적 회생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홈플러스는 전날인 12일 서울회생법원에 회생계획 인가 전 M&A 추진 의사를 공식적으로 알렸다. 이와 관련해 삼일회계법인의 재무 분석 보고서가 핵심 역할을 했는데, 청산가치가 계속기업가치보다 높다는 조사 결과가 법원의 판단에 큰 영향을 미쳤다. 이 때문에 홈플러스는 자체적으로 회생계획안을 독립적으로 제출하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해졌으며, 신규 투자 유입을 통한 회생 절차 진행을 선택할 수밖에 없게 됐다. 적절한 인수자를 찾지 못하면 회사는 청산 절차로 전환될 위험이 있다.
홈플러스의 이번 위기는 오프라인 대형마트 업계가 직면한 구조적 문제와 함께 코로나19로 인한 소비 패턴 변화, 그리고 온라인 유통 확대라는 시장 재편과도 맞물려 있다. 특히 팬데믹 기간 동안 실적 악화가 심화됐고, 이후 신용등급 하락으로 인해 외부 자금 조달이 어려워지면서 유동성 확보에 큰 난항을 겪었다. 이 같은 상황에서 MBK는 자발적으로 기존 주식을 모두 소각하며 경영권을 포기하는 대담한 결정을 내림으로써 회생 가능성을 높이려는 시도를 하고 있다.
MBK와 홈플러스는 향후 인가 전 M&A가 원활히 진행돼 새로운 주인이 들어서고, 회생 자금이 유입되어 부채 감축과 정상화가 실현되기를 기대하고 있다. 이번 사례가 성공적으로 마무리되면 국내 대형 유통업계의 어려움을 극복하는 데 중요한 이정표가 될 전망이다. 다만, 최종 결과는 인수자 발굴과 법원의 승인, 채권자 및 노동조합과의 협의 등 다각도의 난관을 넘어야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홈플러스의 이번 기업회생 및 인가 전 M\&A 절차는 단순한 자본 구조 조정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국내 대형마트 업계의 구조 변화와 오프라인 유통산업의 위기를 반영하는 상징적인 사건으로, 향후 유통산업 재편의 한 축으로 자리매김할 가능성이 크다. MBK가 보유 주식 전량을 무상 소각하는 파격적 결정과 함께, 새로운 투자자가 홈플러스를 정상 궤도로 복귀시킬 수 있을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기사 안민성 기자 anmin-sung@lifeandtoda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