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 넘은 고위 간부들..'비상 알림으로 결혼식 알려'

2025-06-12 16:16

 전남소방본부가 고위 간부들의 자녀 결혼식 일정을 비상발령시스템을 통해 알린 사실이 드러나 논란이 일자 진상조사에 나섰다. 12일 뉴스1에 따르면 최용철 전남소방본부장은 전날 비상발령동보시스템 부당 사용 의혹과 관련해 즉각 진상조사와 함께 시스템 운영 개선안을 마련하라고 지시했다.

 

전남소방본부는 이번 사안에 대해 “일선 소방서에서 고위 간부들이 자녀 결혼식 일정을 비상발령시스템을 통해 소방대원들에게 알린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비상발령동보시스템은 긴급 비상상황 발생 시 신속한 출동 지시 및 연락을 위해 도입된 공식 시스템으로, 소방공무원들의 전화번호가 등록되어 있어 손쉽게 메시지를 전송할 수 있다. 이에 소방본부는 간부들이 편의상 사적인 목적으로 이 시스템을 사용한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비상발령시스템은 본래 재난 및 긴급 출동 시 연락 수단으로 활용되기 때문에, 사적인 메시지 전송은 시스템 사용 목적에 명백히 어긋난다. 이에 따라 전남소방본부는 “비상발령동보시스템의 사용 목적과 대상, 내용 범위를 명확히 규정하고 비업무 목적의 전송을 금지하는 조항을 명문화하겠다”고 밝혔다. 또한 메시지 발송 권한을 지휘통제부서로 한정하고, 발송 이력과 내용을 주기적으로 감사하는 운영 체계를 도입하겠다고 덧붙였다. 이와 함께 “전 직원 대상 교육을 강화해 재발 방지에 만전을 기하겠다”는 의지도 밝혔다.

 

이번 논란은 지난 9일 순천소방서에서 시작됐다. 당시 순천소방서는 전남소방본부 비상발령동보시스템을 통해 고위 간부 자녀 결혼식 일정, 장소, 축의금 계좌번호 등 사적인 내용을 포함한 메시지를 발송했다. 같은 날 나주소방서 소속 한 간부도 유사하게 자녀 결혼식 일정을 비상발령시스템을 통해 전달한 사실이 확인됐다. 해당 시스템은 평상시 긴급 상황 발생 시 카카오톡으로 신속하게 소집 명령을 내리기 위해 마련된 것으로, 공식적이고 긴급한 용도로만 사용해야 한다는 점에서 심각한 문제로 지적됐다.

 

 

 

소방대원들 사이에서는 이번 사안에 대한 불만과 비판이 거세게 일었다. 내부 게시판을 통해 “과장급 이상 고위 간부들은 자신들의 경조사를 알리기 위해 어떤 수단도 마다하지 않는다”, “고위 간부 자녀 결혼식 일정이 대형 재난이라도 되냐”는 등의 강한 비판과 함께 공식 사과와 진상 조사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았다. 이들은 “공적인 시스템을 사적인 용도로 사용한 것은 부적절하며, 신뢰를 저버린 행위”라고 비판했다.

 

이에 순천소방서는 공식 사과문을 통해 “비상발령동보시스템을 통해 사적인 메시지가 전달된 점 깊이 사과드린다”며 “이번 일을 계기로 공적 시스템 운영에 대해 더욱 엄격하고 신중하게 접근하겠다”고 밝혔다. 또한 “재발 방지를 위한 시스템 개선과 내부 교육 강화에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이번 사건은 비상발령시스템이 긴급 상황 알림을 위해 구축된 공적 통신망임에도 불구하고, 고위 간부들의 사적인 용도로 전락하면서 내부 조직문화와 시스템 운영 관리의 허점을 드러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전남소방본부는 이번 진상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시스템 운영 매뉴얼을 전면 재정비하고, 권한 남용을 방지하는 제도적 장치를 강화하는 등 재발 방지책 마련에 착수할 예정이다.

 

네티즌들 역시 이번 사건에 대해 다양한 반응을 쏟아냈다. 한 누리꾼은 “비상사태에 써야 할 시스템을 자기들 편의대로 쓰다니, 공직자의 책임감이 너무나 부족하다”고 비판했다. 또 다른 네티즌은 “대형 재난처럼 다급한 상황에서나 쓸 수 있는 시스템으로 사적인 행사 홍보라니, 도대체 누가 이런 생각을 했는지 의문이다”라며 공분을 표했다. 일부는 “이런 일이 반복되는 걸 보면 내부 감시와 통제가 제대로 되지 않는 것 같다”고 꼬집었다.

 

한편, 이번 사태는 공공기관 내에서의 시스템 권한 남용 문제에 대한 사회적 관심을 다시 불러일으키고 있다. 특히 소방과 같은 긴급 대응 기관의 공적 시스템이 본연의 목적을 벗어나 사적인 용도로 전락하는 일은 국민 안전과 신뢰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에서 더욱 심각하게 받아들여지고 있다.

 

전남소방본부 관계자는 “이번 사안을 무겁게 받아들이고 있으며, 앞으로 이러한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조직문화 개선과 시스템 관리에 만전을 기하겠다”며 “국민과 소방대원 모두가 신뢰할 수 있는 기관으로 거듭나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기사 최유찬 기자 yoochan2@lifeandtoda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