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10대들의 수상한 한국행..도청 정황 포착
2025-04-25 16:35
A씨와 B씨는 지난달 18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입국했으며, 입국 직후부터 각자 DSLR 카메라(망원렌즈 장착)와 휴대전화를 소지한 채 전국의 주요 군사시설 및 공항 주변을 돌아다니며 항공기와 관련 시설을 촬영했다. 이들이 방문한 곳은 수원 공군기지, 평택의 오산 공군기지(K55)와 미군기지(K6), 청주 공군기지 등 4곳의 주요 군사시설과 인천·김포·제주공항 등 3곳의 국제공항으로 확인됐다. 수사당국은 이들이 촬영한 사진이 수천 장에 이르는 것으로 보고 있으며, 대부분 전투기의 이착륙 장면과 관제탑, 활주로 등 민감한 군 관련 시설이 포함되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연사 모드로 촬영된 사진이 많아 실제 유의미한 컷 수는 수백 장 정도일 것으로 추정되지만, 군 보안상 위험 요소가 포함되어 있을 가능성이 있어 정밀 분석이 이뤄지고 있다.
이들은 출국 예정일을 불과 하루 앞둔 지난달 21일 수원 공군기지 인근에서 촬영 중 수사당국에 의해 적발됐다. 당시 두 사람은 “비행기 사진을 찍는 것이 취미생활”이라는 취지로 진술했으나, 수사당국은 이들이 보여준 행적이 단순한 취미 차원을 넘는 계획적이고 조직적인 움직임이라고 보고 있다. 특히 A씨가 조사 중 “부친의 직업은 공안”이라고 진술한 부분에 주목해, 이들의 행동 배후에 특정 조직 또는 제3자의 지시가 있었는지 여부에 대해 조사가 이뤄지고 있다. 현재 수사당국은 A씨와 B씨의 출국을 정지시킨 상태에서, 이들이 촬영한 사진의 유출 여부나 제3자에게 전송했는지를 확인하기 위해 휴대전화와 저장 장치에 대한 디지털 포렌식 작업을 진행 중이다. 수사 관계자는 “수사 중인 사안이라 구체적인 내용은 밝히기 어렵다”고 밝혔지만, 군사 기밀 유출 가능성에 대해 상당한 우려를 표하고 있는 분위기다.
한편, 지난 23일 오전에도 평택 오산 공군기지 인근에서 군용기를 무단으로 촬영한 중국인 부자(父子)가 적발되는 사건이 발생했다. 이들 역시 지난 21일 같은 장소에서 동일한 행위를 하다가 경찰과 국정원, 국군방첩사령부 등의 합동 조사를 받은 이력이 있으나, 대공 혐의점이 없어 입건되지 않았다. 당시와 마찬가지로 이들은 “비행기 사진 촬영이 취미”라는 주장을 반복했으며, 수사당국은 해당 사안에 대해 “하늘에 있는 항공기만 촬영한 것이며, 현행법 위반 사항이 없어 사건을 종결했다”고 밝혔다. 이들이 촬영한 사진들에 대해 삭제 조치도 필요 없는 수준이라고 판단됐다는 것이 당국의 설명이다.
이처럼 반복적으로 중국 국적자들이 군사시설 인근에서 무단 촬영을 시도하고 있는 상황이 이어지면서 현행법의 한계가 드러나고 있다. 현행 간첩죄는 '적국'인 북한을 대상으로 하는 행위에만 적용되기 때문에, 중국 등 타국 국적자의 유사 첩보 행위에는 법적 제재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간첩죄 적용 대상을 '외국'으로 확대하는 내용의 법 개정안은 제출돼 있으나, 현재까지 더불어민주당의 반대 등으로 인해 국회 논의가 지연되고 있다. 이로 인해 중국 국적자들이 처벌에 대한 두려움 없이 정보 수집 활동을 노골적으로 벌이는 현상이 반복되고 있으며, 일각에서는 이들이 수집한 민감한 군사 정보가 중국을 거쳐 북한으로 넘어가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국방과 치안을 담당하는 관련 당국은 외국인의 이례적인 정보 수집 활동에 대해 보다 엄정하고 실효성 있는 대응이 필요하다는 목소리에 직면해 있다.
기사 최유찬 기자 yoochan2@lifeandtoday.com